美안보보좌관 "中과 경쟁서 소련 붕괴 같은 결과 기대하지 않아"
"최근 中서 관계 안정화 긍정적 신호…소통 채널 유지될지 봐야"
"중동 사태 확전 위험…美이익 보호 위해 군사력 사용할 준비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외교안보 수장이 경쟁 상대인 중국이 구소련처럼 붕괴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최근 중국도 미국과 관계를 안정화하고 싶어 하는 긍정적인 신호를 감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공개된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미중 경쟁의 최종 상태(end state)와 관련해 "우리는 예측 가능한 미래에 중국이 계속 세계 무대의 주요 참가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과 우방의 이익을 보호하고 세계에 공공재를 제공하는 자유롭고 개방되며 번영하고 안전한 국제 질서를 추구하지만, 소련의 붕괴가 가져온 것과 같은 세상을 바꾸는 최종 상태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상호 의존도가 매우 낮았지만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서로 의존해 근본적으로 다른 경쟁이라면서 "이 경쟁은 정말 글로벌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제로섬은 아니다. 양국이 함께 직면한 도전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기후변화같이 양국 모두가 해결해야 하는 도전에서는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한 행동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도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분리)이 아닌 디리스크(위험 완화)와 다변화를 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때로는 경쟁이 치열할 것이고 우리는 이에 대비가 됐다"며 "우리는 미국의 경쟁자들, 특히 중국이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비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중국은 경쟁을 관리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함께 직면한 도전을 해결해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중 고위급에서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는 중국이 (관계) 안정화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있었다"며 "긴장이 불가피하게 고조됐을 때도 소통 채널들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미중 관계의) 진짜 시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은 설리번 보좌관이 지난달 몰타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만난 데 이어 왕 부장이 오는 26∼28일 워싱턴DC를 방문하는 등 최근 고위급 소통을 재개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동 사태와 관련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양립을 전제로 한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우리의 논의는 항상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중요한 제안을 포함했다"며 "(관계 정상화 논의가) 타결된다면 이 제안은 '두 국가'를 향해 나아가는 게 가능하게 하고 모든 당사국이 그 방향을 향해 중요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방해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목적 중 하나라고 여겨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충돌에 따른 위기가 역내 분쟁으로 확산할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면서 "군사력이 가장 먼저 사용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우리는 이 중요한 지역에서 미국 국민과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할 때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과 관계 회복 성과를 나열하면서 지난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자 정상회의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월 한국과 채택한 워싱턴선언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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