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도 인접국' 부탄과 국경 문제 해결·수교 공감대 확인
양국 외교장관 회담…왕이 "역사적 기회 잡아 협상 마무리하자"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히말라야 지역의 인접 미수교국인 부탄과 국경 분쟁 문제 조기 해결과 국교 수립에 뜻을 모았다.
2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전날 중국-부탄 국경 회담을 위해 방중한 탄디 도르지 부탄 외교장관을 만나 "중국과 부탄이 국경 회담을 마무리 짓는 것은 양국과 민족의 근본 이익에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왕 주임은 이어 "중국은 부탄과 함께 역사적인 기회를 잡아 조속히 이 중요한 프로세스를 끝내고, 법적인 형식으로 양국 우호 관계를 고정·발전시키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시종일관 주변국 외교를 가장 우선 순위에 두고 대국과 소국의 평등 원칙을 견지해왔다"며 "우리는 각국의 주권과 독립, 영토 완전성을 지지하고, 중·소국의 합리적인 바람과 우려를 존중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계속 개발도상국 편에 서서 응당 져야 할 국제적 책임을 지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할 것"이라며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지지하고 모든 강압 패권에 반대하겠다"고 덧붙였다.
탄디 장관은 "중국과 부탄은 전통적인 우호 관계로 중국의 힘 있는 지지와 도움에 감사한다"며 "부탄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굳게 지키고 있고, 중국과 함께 노력해 조기에 국경 문제를 해결하고 수교를 위한 정치적 프로세스를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부탄은 3만8천여㎢ 넓이(한반도의 6분의 1)에 인구 77만명이 사는 국가로, 중국과 인도가 이웃이다.
중국과 부탄은 티베트 남쪽 지역에서 600㎞ 넘는 국경을 맞대고 있으나 경계가 제대로 획정되지 않아 수십년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2017년 인도군과 중국군이 73일간 무력 대치를 한 도카라(중국명 둥랑<洞朗>·부탄명 도클람) 인근을 비롯해 부탄 북부 자칼룽 계곡, 파삼룽 계곡, 부탄 동부 사크텡 지역 등이 대표적인 분쟁지다. 중국 측 추산으로 이런 분쟁 지역은 약 5천㎢에 걸쳐있다.
중국과 부탄은 1984년부터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을 20여차례 했고, 2021년엔 국경 회담 촉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도 서명했다. 3단계 로드맵을 설정해 양국이 수용할 만한 해법을 도출하자는 것이다. 양국은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제13차 국경 문제 전문가 회의를 여는 등 논의를 계속해왔다.
일각에선 전날 양국 외교 수장이 국경 문제 해결과 수교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힌 것을 두고 40년 가까이 이어진 국경 협상에 진전이 나온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중국과 부탄의 국경 문제 해결을 달가워하지 않는 인도를 어떻게 납득시킬지의 문제가 변수로 꼽힌다. 중국이 회담 결과에 따라 도카라 고원 등을 차지할 경우 안 그래도 히말라야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한층 선명한 존재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 싱크탱크인 상하이 국제관계연구소의 류쭝이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부탄이 1996년께 국경 문제 최종 합의에 거의 도달했다가 인도의 개입으로 불발한 바 있다며 "여기에서 인도는 장애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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