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내달 샌프란 APEC서 정상회담 하나…"왕이 금주 방문할듯"(종합)
허리펑 부총리도 방미 가능성…정상회담 의제 등 실질 협의 차원 분석
회담 개최시 '양국관계 긴장 관리' 의미…본질적 관계 변화는 난망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이 다음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가운데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조만간 방미할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왕 부장의 방미 일정 관련 질문에 "이르면 이번주에 있을 수 있는 왕 부장과의 잠재적 회담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왕 부장이 이번 주에 미국에서 카운터파트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만나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회담을 할 보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허리펑 부총리도 미국을 방문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등과 만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다만 허 부총리의 방미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APEC 기간에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이 매체는 부연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11월 11~17일 APEC 계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그런 만남이 준비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5일 미중이 양국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절차를 시작했다고 바이든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왕 부장이 미국을 찾는다면 이는 미중간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고 의제 등에 대해 실질적인 협의를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왕 부장은 지난 9월에는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이틀간 만나 모두 12시간 동안 양국 관계 현안 및 글로벌 이슈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미중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무대로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대화를 재개하면서 긴장 관리 모드에 들어갔다.
그러나 연초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국 본토 상공을 침범했다가 격추된 이른바 '정찰풍선 사태'가 터지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악화했으나 지난 6월 블링컨 장관을 시작으로 상무·재무부 장관 등이 잇따라 방중하면서 고위급 대화가 재개됐다.
이런 차원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미국에서 개최된다면 바이든 대통령과시 주석의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WSJ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어떤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면서도 "회의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이 미국을 찾은 것은 2017년 4월이 마지막이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아직 없다고 WSJ는 전했다.
이어 신문은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유화 공세(charm offensive)에 나서는 듯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미중 비정부 대표들이 지난 19일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화상회의를 통해 대화를 가졌고,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동했던 야오밍 선수가 오는 24일 미중 관계 국가위원회의 행사에 참여하는 점 등을 언급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와 관련, 시 주석도 지난 9일 중국을 방문한 미국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일행을 만나 "중미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라면서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1천 가지가 있지만 양국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미중 양국이 전략적 경쟁자로 대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돼도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미국은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 표현 대신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른바 '담장은 높게, 마당은 좁게' 전략에 따라 첨단 기술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가속하고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력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도 8월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전기차용 배터리 등에 쓰이는 흑연 수출 통제 방침도 밝히며 맞대응에 나선 상태다.
대만을 놓고 대립하는 양국은 다른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각각 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반면에 시 주석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중국은 러시아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 중국은 러시아와 연대해 '두 국가 방안'을 앞세워서 친(親) 팔레스타인 정서를 가진 아랍권 국가들의 지지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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