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인질 가족·극우 장관, 가자 인도지원 반발

입력 2023-10-23 17:48
[이·팔 전쟁] 인질 가족·극우 장관, 가자 인도지원 반발

"'인도주의' 쌍방향이어야…인질 전원 석방 전 지원 반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진통 끝에 지난 21일부터 가까스로 시작된 가자지구 구호 물품 반입에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의 일부 가족과 극우 성향의 정치인이 반발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와이넷(Ynet)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 일각에선 하마스 등이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200여 명의 인질을 풀어주기 전까지는 인도적 지원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기습 공격 당시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간 85세 할머니의 손주 오리안 아다르는 전날 와이넷에 "약을 먹어야 하는 85세 할머니를 강제로 억류 중인 현 상황에 '인도주의'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인도주의는 쌍방향이어야 한다"며 "지금 상황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인도주의라는 용어를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억류 중인 인질 중 하나인 허쉬 골드버그-폴린의 부모 등은 인질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TOI는 전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전날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이 지속적인 가자지구 인도 지원 방침을 확인했다는 백악관의 발표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맹비난했다.

그는 "인질 전원 석방을 포함하지 않은 지속적인 인도적 지원과 같은 합의가 우리를 지금의 상황으로 이끈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은 모든 인질의 석방에 대한 대가로만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나를 제외한 전시 내각 구성 결정을 일전에 수용했으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며 자신을 포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고 현지 일간지 하레츠는 전했다.

지난 21일 트럭 20대 분량의 물과 식량, 의약품 등의 구호 물품이 전달된 가자지구에는 전날에도 트럭 17대 분량의 구호품이 지원됐다.

하지만 이 정도라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참사 위기를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만큼 추가적인 구호품 반입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물, 식료품 등이 거의 고갈된 가자지구 주민 200만여 명을 지원하려면 하루 최소 트럭 100대분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일부 인질 가족과 극우 정치인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향후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은 222명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일부 외국인도 포함됐으며 지난 20일 인질 가운데 처음으로 풀려난 미국인 모녀 2명은 제외됐다고 이스라엘군은 덧붙였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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