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사업에 돈부터 준 게임위…2차 사업도 맡겨

입력 2023-10-23 15:37
미완성 사업에 돈부터 준 게임위…2차 사업도 맡겨

이상헌 의원실 "1차 사업 진척도 66%인데도 제출 자료에 100%로 기재"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지난 6월 감사원 감사에서 7억 원대 전산망 납품 비위가 적발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현 위원장 재임 시기인 2021년부터 진행한 사업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완성 시스템을 납품한 하청업체에 손해배상 청구는커녕 대금부터 지급하고 추가 과업까지 맡기는 등, 지난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과 판박이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게임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게임위는 2021년 6월 '등급분류시스템 고도화'(이하 고도화) 사업을 시작했다.

게임위가 기존에 내용정보 기술서를 제출받아 검토하던 등급 분류 업무를 체크리스트 제출로 간소화하고, 등급 분류 결과를 모바일로 통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었다.

고도화 사업은 프로토타입(시제품) 시스템을 만드는 1차와 실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2차 사업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됐다.

게임위는 2021년 8월 A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고도화 사업을 관리·검수하는 프로젝트 관리(PMO)를 맡겼고, 이어 10월에는 B업체와 시스템 개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상헌 의원실에 따르면 B업체는 1차 사업이 끝난 지난해 2월 주간 보고문건을 통해 시스템의 구현율이 66%라고 게임위에 보고했다. 당초 구축하기로 한 전체 시스템의 3분의 1은 기한 내에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던 셈이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검수가 끝난 같은 해 3월 중순을 기준으로도 구현율은 77.6%에 불과했으나, 게임위는 이어진 2차 사업도 B업체에 맡겼다.

이 의원실은 "위원회는 당시 실제 구축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업체에 지체배상금을 물리는 등 조처를 하지 않았고, 대금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게임위는 이 의원실에 국정감사 자료를 제출하면서 1차 사업 종료 당시 구현율이 100%였다고 기재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상 조작된 자료를 제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도화 사업의 PMO를 맡은 A업체는 앞선 사후관리 사업에서 2단계 감리를 맡아 허위 감리보고서를 작성한 업체와 동일한 곳이다.

사후관리 사업 과정에서 허위 보고서, 해명 자료 작성을 주도했다가 현재 조폐공사로 이직한 C팀장도 고도화 사업의 하청업체 및 PMO 업체 선정 과정에 책임자 또는 실무자로 참여했다.

감사원은 지난 6월 발표한 사후관리 사업 감사 결과에서 게임위가 "감리업체에 감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줄 것을 종용하고, 감리업체는 여기에 응해 거짓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추가 감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앞선 사업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A업체는 2022년 이어진 2단계 고도화 사업의 PMO까지 수주할 수 있었다.

이렇게 2년여간 사업 용역과 PMO에 들어간 계약금은 1차 2억2천만원, 2차 4억 원 등 6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시스템이 완성돼 정상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감사원 감사에서도 들여다봤지만,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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