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사과 않는 네타냐후, '뻔뻔' 비난 커져…책임 여론 우세
더 타임스 "네타냐후 아직 재임 이유는 전쟁 뿐"…FT "미안하다고 하지 않을 것"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큰 피해를 당한 후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공격을 초래한 계산 착오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IDF), 정보기관, 주요 각료 등이 모두 책임을 인정했지만 10여년 이스라엘을 이끌어온 네타냐후 총리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기를 쓴 안셸 페퍼는 "그는 완전 뻔뻔하다"며 "그는 사과는 사임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며, 사임할 뜻은 없다"고 말했다고 FT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를 잘 아는 또 다른 인물도 FT에 "그는 책임진다고 하면 유죄라고 번역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공격 초반 며칠은 충격을 받았지만 곧 정치적 기반을 재발견해서 불을 뿜는 연설을 하고 군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납치 1주일이 지나서야 일부 인질의 가족들을 만났는데, 그나마도 우호적 인사들을 배치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번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먼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대통령을 붙잡는 모습이 포착되며 논란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FT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주 아감 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약 절반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정부에 주요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스라엘 마리브 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약 80%가 네타냐후 총리가 공개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 일요판인 옵서버지는 22일 이스라엘의 전직 군, 정치, 정보 관리들이 네타냐후 총리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는 "건국 후 가장 심각한 타격"이라며 "국민은 네타냐후 총리가 임기 중에 일어난 이런 충격적인 사건으로 부담을 느끼면서 계속 나라를 이끌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댄 할루츠 전 참모 총장은 "네타냐후 총리는 일이 벌어진 지 1분 만에 사람들을 생각하는 대신 자기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그는 지금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비 멜라메드 전 정보 당국자는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이얼로그 센터가 이스라엘 전역 62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56%가 전쟁 후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고 예루살렘 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영국 더 타임스지는 "네타냐후 총리를 아직 재임시키는 것은 전쟁 중이란 사실 뿐"이라며 "하마스 기습 후 그의 철벽은 무너졌고, 주변 사람 대부분은 인정한다. 문제는 그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더 타임스지는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국가 현실화를 막기 위해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용인했으며, 이로 인해 이스라엘은 큰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의 반세기 동안 이란과 같은 국가가 조직한 테러 위협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파했는데 정작 자기는 다르게 행동한 것이다.
그는 하마스를 가자지구에 가둬둘 수 있고 공격은 아이언돔과 국경 장벽으로 물리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FT는 지금 이스라엘은 고통과 전쟁 우려로 뭉쳤지만 그 와중에도 정치는 점차 돌아오고 있다면서 "이번 주 여당 고위 관리 집 밖에서 소수 시위대가 철야 농성을 벌였고 한 명은 하마스 공격으로 죽은 이들의 이름을 조용히 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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