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헤즈볼라 물주' 이란 "이스라엘은 IS" 확전 부채질

입력 2023-10-22 16:16
[이·팔 전쟁] '헤즈볼라 물주' 이란 "이스라엘은 IS" 확전 부채질

중동 내 반이스라엘 무장세력 움직이는 '몸통'의 선전전

반서방 외연확장 주력…자국민에도 하마스 지지 촉구

"주민 반응은 싸늘…축구경기 전 '1분 묵념' 제안도 무시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개입해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란은 중동 국가들의 반(反)이스라엘 정서를 부추기려 선전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을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비유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 왕따 정권의 흉포성과 공격적 행동, 성스러운 종교에 대한 모독, 인류의 역사·문화적 유산에 대한 맹습은 미개한 테러단체들과 다에시(아랍권이 IS를 칭하는 말)와 전적으로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한 교회가 파손되고 피란민 10여명이 숨지고 여럿이 다쳤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온 것이다.

앞서 하마스는 19일 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인 그리스정교회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에서 "많은 수의 순교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습 당시 이곳에는 수백명의 피란민이 모여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교회 인근 하마스 지휘센터를 공격하려던 것이라면서 이러한 피해는 "의도된 결과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마스에 막대한 군사적 지원을 해 온 이란은 이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시작으로 양측 간의 무력충돌이 시작되자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을 규탄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아랍 국가들에 촉구해 왔다.

특히 이란은 자국이 지원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반군 등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의 하마스 지원을 촉구하고 그 외연을 아랍권 국가들로 확장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미국이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중동에 2개 항모전단을 파견하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고문인 모함마드-자바드 라리자니는 미국이 이스라엘편에서 개입한다면 "(미국은) 저항 투사들의 합법적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란 고위 당국자들은 대외적으로는 반(反)이스라엘 전선 구축을 위한 외교에 주력하는 한편 내부에선 자국민을 상대로 하마스를 지지하는 정부의 입장을 설득하려 노력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란 국민 다수가 정부와 같은 견해인지는 의문이라고 관측했다.

예컨대 20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스테그랄FC와 하바다르SC의 축구경기를 앞두고 관련 당국은 팔레스타인을 위한 1분간의 묵념을 촉구했지만, 에스테그랄FC 팬들은 이를 무시한 채 경적을 불어댔다고 한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 소속 전문가 메이르 자베단파르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많은 이란인들이 현 정권의 가자 및 팔레스타인 정책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의 오미드 메마리언은 "이란 정부는 자국의 팔레스타인인 지원이 순전히 정치와 이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결정임을 국민에게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민 대다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직접 관여해 중동 전역으로 분쟁을 확산시켰을 때 이란이 감내해야 할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NBC 방송은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이란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이른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에 속한 대리세력들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하기도 했다.

'저항의 축'은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지원 아래 부상한 중동 내 반서방·반이스라엘 성향 국가와 무장세력들의 동맹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실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미 이스라엘 접경지에서 이스라엘군과 산발적인 교전을 벌이며 역내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에서도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반이스라엘과 반서방의 기치를 내세우며 현지 주둔 미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내 무장세력의 경우 미국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삼아 미군 기지와 외교공관 등을 겨냥한 공격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순간 공세 수위를 대폭 높일 것이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을 공격하지 않는 한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ISW는 분석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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