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이스라엘 내 정부대응 비판보도 어려워져"
가자 민간인 사상자 비판하자 집 에워싸 "반역자" 외치기도
언론단체 "전쟁 후 움츠림 효과 생겨"…양극화된 미디어 환경도 영향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이후 일부 이스라엘 언론인들은 정부의 대응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느낀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이스라엘에서는 십여 명이 한 좌파 논객의 거주지를 에워싸고 그의 집을 향해 조명탄을 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그를 향해 "반역자"라고 외치며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 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그가 우려를 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번 주 들어서는 한 유명 우익 활동가가 이스라엘군 활동을 촬영하는 이스라엘 방송사 기자들에게 다가가 위협 발언을 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했다.
다른 일부 기자들도 하마스를 향한 이스라엘의 대응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를 한 이후 주변 이스라엘인들로부터 분노에 찬 독설 세례를 받고, 이후 취재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언론인 1천500명을 회원으로 둔 이스라엘 기자연합회의 선임 직원인 아마트 사라구스티는 NYT에 "전쟁 이후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움츠림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동정책센터 책임자 나탄 삭스는 "이스라엘의 공격 작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적고 그런 목소리를 향한 비난은 훨씬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 대응 방식 비판 보도에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지난 7일 시작된 하마스의 공격이 이스라엘 국민에게 워낙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양극화된 미디어 환경도 일부 언론을 향한 분노 표출의 주된 배경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테힐라 슈워츠 알트슐러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2014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작전을 벌였을 때만 해도 전통 미디어가 지금처럼 양극화되지 않았다"며 독자들이 온라인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 소비하면서 견해가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법개혁안 등 주요 이슈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극심해진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미디어를 활용하며 이런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어려워진 보도 여건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향한 비판과 견제 역할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언론인도 여전히 많다.
히브리어 뉴스 사이트 왈라의 탈 샬레브 기자는 "지금은 잘못을 가릴 때가 아니며 정부를 비판하지 말고 단결해야 할 때라는 정서가 있다"면서도 "전쟁 때문에 견제를 멈추고 언론인으로서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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