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에 구호품 첫 반입…라파 국경 2주 만에 개방(종합2보)
물·식량·의약품 실은 트럭 20대…WFP "턱없이 부족한 양"
팔 보건부 "병원 상황 악화…연료 반입해달라" 호소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와 보복 공습으로 한계 상황에 놓인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구호품이 2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반입됐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가자지구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이날 1차 반입 물량은 트럭 20대분으로 물과 식량, 의약품 등 구호품을 가득 실은 트럭들은 느린 속도로 한 대씩 통행로를 통과해 가자지구로 들어갔다.
최소 20대의 트럭은 이날 오후 가자지구 남부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팔레스타인 국경 검문소 관리를 인용해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잇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 검문소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2주 만에 처음 개방됐다.
특히 하마스가 전날 밤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 200여명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인 모녀 2명을 석방한 지 만 하루도 채 안 된 시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들이 풀려날 때까지 아무것도 반입할 수 없다며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해 왔다.
이날 반입 물품은 라파 검문소 인근에서 며칠째 대기해온 세계 각국과 국제단체가 보낸 구호물자 3천톤(t)을 실은 200대 이상의 트럭 중 일부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오늘 반입되는 구호품은 의약품과 한정된 양의 식료품을 실은 트럭 20대"라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날 반입 구호품에는 참치, 밀가루, 파스타, 콩 등이 담긴 통조림 등 식량 60톤(t)이 포함됐다.
신디 매케인 WFP 사무총장은 "재앙적인 가자 상황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며 "훨씬 더 많은 트럭과 지속적인 원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 발발 전 가자지구에는 매일 400대의 트럭이 들어갔다고 덧붙였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유엔은 물, 식료품 등이 거의 고갈된 가자지구 주민 200만여 명을 지원하려면 최소 트럭 100대분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의약품으로는 트라우마 치료제, 휴대용 외상 구급처치 가방, 만성질환 의약품과 치료제, 건강용품 등이 실렸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전했다.
WHO는 "이 공급품들은 심각한 부상자와 만성질환 환자들에게는 생명줄"이라고 말했다.
이날 반입된 트럭 중에는 장례에 쓰일 관을 싫은 트럭 1대도 포함됐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연료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식량과 물, 의약품만 반입 가능 품목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구호 물품에서 연료를 제외해 가자지구의 환자와 부상자들의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보건부는 이날 성명에서 "병원에서 더 많은 희생자를 잃기 전에 국제사회와 이집트가 즉시 연료 반입을 위해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군(IDF)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도적 지원은 가자지구 남부에 제한돼야 한다"며 "연료 반입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지난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계기로 트럭 20대 분량의 구호 물품을 1차로 가자지구에 반입하는 데 조건부로 합의했으나 이스라엘 폭격으로 파괴된 도로 보수 등의 문제로 반입이 지연돼 왔다.
이스라엘은 식량과 물, 의약품만 반입할 수 있으며, 해당 물품이 하마스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집트는 지속 가능한 통로 개방의 선결 조건으로 구호물자 수송대의 안전한 통행 등 '안전 보장'을 내세웠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라파 검문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구호품 전달은 지속적인 노력이어야 한다"며 "식량과 물, 의약품뿐만 아니라 연료 반입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도 이날 20대의 트럭이 가자지구로 건너간 뒤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필수 물자를 공급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노력의 시작"이라며 "이번 인도가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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