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직원 비방물 안 지워"…판사, 트럼프에 벌금 5천달러 부과(종합)
트럼프 변호인 "선거 웹사이트 게시물 실수로 안 지워"…즉각 사과
사기대출 의혹 민사재판장 "명령 재위반 시 엄중한 제재 부과"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기 의혹 민사재판 담당 판사가 법원 직원을 비방하지 말라는 자신의 명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지키지 않았다며 벌금 5천달러를 부과했다.
명령 위반 재발 시엔 더 강도 높은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일(현지시간) 미 NBC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맨해튼지방법원의 아서 엔고론 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비방 게시물 삭제 명령에도 불구하고 어젯밤 문제가 된 게시물이 웹사이트에서 삭제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같이 벌금을 부과했다.
엔고론 판사는 이번 명령 위반이 부주의한 실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다시 명령을 위반하면 의도적이었건 의도치 않았건 위반자에겐 훨씬 엄중한 제재가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명령을 위반할 경우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구금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구금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판사는 대선 후보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법정의 질서와 품위를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유리하게 받기 위해 재산을 부풀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민사재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재판과 관련해 담당 판사인 엔고론 판사를 보조하는 재판연구관 앨리슨 그린필드가 한 공개 행사에서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그는 그린필드를 "척의 여자친구"라고 부르면서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이번 사건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게시물이 알려진 뒤 엔고론 판사는 지난 3일 재판에서 모든 당사자에게 자신의 법정 직원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거나 게시물을 올리는 것을 금지하는 함구령을 내렸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재판연구관을 비방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즉시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면서 "이 명령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중대한 제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법원의 통지를 받고 선거 웹사이트에 남아 있던 해당 게시물을 19일 밤 즉시 삭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은 "법원 명령으로 트루스소셜에 올렸던 게시물은 삭제했지만, 선거 웹사이트 게시물은 아무도 삭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유감스러운 일이고 의뢰인을 대신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