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금지령' 내린 중국, 애플 CEO 쿡에겐 극진한 대우
딩쉐샹 부총리·상무부장·공업정보화부장 잇달아 면담
"상호윈윈 실현하자" 환대에 쿡 "中 경제 발전에 적극 참여 희망"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공직자들에게 '아이폰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국을 찾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극진히 대우하고 있다.
2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최측근인 딩쉐샹 국무원 상무 부총리는 전날 베이징에서 쿡 CEO를 만나 애플과의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딩 부총리는 "대외 개방은 중국의 기본 정책으로, 중국의 대외 개방 문은 점점 넓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애플을 포함한 외자 기업이 중국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더 좋은 환경과 조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고도로 중시하고 디지털 경제와 실물 경제의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애플이 중국의 디지털 경제 발전에 적극 참여해 상호보완과 상호이익을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진좡룽 공업·정보화부장도 이날 쿡 CEO를 만나 산업망과 공급망 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진 부장은 "개방적인 세계 경제 건설 지지 및 제조업 분야 외국인 접근 제한 조치 철폐와 함께 디지털 제품의 시장 접근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뒤 "애플이 중국에서 계속 뿌리를 내리고 중국에 투자하며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 상호윈윈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쿡 CEO에게 "중국은 시장화, 법치화, 국제화의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애플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이 중국 시장의 이익을 함께 누리고 상생 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 최고 지도부(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일원인 딩 부총리를 비롯해 상무부장과 공업정보화부장이 잇달아 쿡 CEO을 만나 특별히 대우하는 것은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CEO를 환대함으로써 대외 개방과 외자 유치 의지를 보여주고, 인구 14억의 거대 단일 시장인 중국과의 디커플링(분리) 불가론에 힘을 실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 당국이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아이폰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보통신 분야에서 미·중 간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양상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아울러 세계 아이폰의 8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던 애플이 인도 생산 비율을 늘리고 있는 점 등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쿡 CEO도 중국 지도부를 만나 안정적인 미·중 관계를 지지하고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딩 부총리를 만나 "프리미엄 제조업과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고, 진 부장에게는 "애플은 중국 경제의 고품질 발전에 적극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쿡 CEO는 왕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미·중 양국 정부가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는 것을 지지하며 안정적인 양국 경제 무역 관계를 유지·발전시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 15가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에 밀려 난조를 보이는 가운데 쿡 CEO는 중국을 깜짝 방문했다.
그는 지난 16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아이폰15 프로 맥스로 찍은 청두의 야경을 게시하며 중국 방문 사실을 알렸다.
이어 청두의 애플스토어를 찾아 고객들과 소통했고, 18일 오전에는 애플 워치를 생산하는 저장성 자산현의 공장을 방문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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