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하마스 사무실 있는 카타르, 美눈초리에 '거리두기' 나설까
미국 요구로 2012년 하마스 사무실 개소, 이듬해는 탈레반도 유치
카타르, 미군기지까지 둔 '친서방' 성향…"하마스 후순위로 두게 될것"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2주 가까이 이어지면서 하마스 지도부의 사무실이 있는 중동 카타르가 주목받고 있다.
카타르는 그간 하마스의 유일한 대외 협상창구로서 포로 교환 등과 관련한 물밑 협상에 긴밀히 관여해왔다.
하지만 이번 유혈 분쟁이 터진 이후 가까운 동맹인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고 나선만큼 카타르 역시 하마스와의 관계를 재고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AFP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타르의 한 당국자에 따르면 하마스가 정치적 용도로 사용하는 수도 도하의 사무소는 2012년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이스라엘 상황의 안정을 위해서는 하마스와의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미국의 요청에 따른 조처였다.
이듬해에는 같은 방식으로 카타르에 탈레반 사무실도 개소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축하를 보낼 정도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지난 12일 이스라엘 등 중동 순방 일정으로 카타르에 들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카타르가 하마스와 가깝게 지내는 것과 관련해 경고했다.
게다가 도하의 사무실에 현재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거주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하니예는 최근 카타르에서의 '호화 생활' 논란까지 빚어진 인물이다.
미국의 한 고위 외교관은 "하마스와 지금까지와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재무부는 전날 하마스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튀르키예, 알제리, 카타르 등지에 기반을 둔 개인 9명과 단체 1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자국에 미군기지를 둘 정도로 미국과 가까운 '친서방' 카타르는 돌연 우선순위를 정해야만 하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카타르의 관리들은 지난 수년간 가자지구에 재정 지원을 제공해온 것에 대해 "전적으로 이스라엘, 유엔, 그리고 미국과 협력하에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하마스 사무실을 두고 "지역에 평화와 평온을 가져다주고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과거 카타르에서 활동했던 런던 킹스칼리지의 안보전문가 안드레아스 크리그 교수는 "미국 행정부가 무엇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라며 "앞으로는 하마스와의 관계를 후순위로 미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리그 교수는 하마스 사무실을 계속 유지하더라도 카타르 정부와 하마스 지도부 사이에는 거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본부장은 "카타르가 하마스와 연계되는 것을 재평가하기 위해 조처를 할 것으로 예상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를 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바킬 본부장은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미국이 팔레스타인인의 자결권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계획을 가져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