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투자 아닌 한국미술사 정리 위해 미술품 모아 기부"

입력 2023-10-18 14:32
"이건희, 투자 아닌 한국미술사 정리 위해 미술품 모아 기부"

김상근 연세대 교수…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학술대회 기조강연·인터뷰

"기부 목적에 일관성…기업가가 사회에 보여주는 최대치 보여줘"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아람 기자 =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학 교수는 18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미술품 기증에 대해 "투자 가치가 아니라 한국미술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하겠다는 의도로 작품을 모아 국가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의 기조강연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기업에 관심을 기울여온 신학·인문학 분야 권위자인 김 교수는 '르네상스인(人) 이건희(KH)와 KH 유산의 의의'를 주제로 이 선대회장의 'KH 유산'으로 이뤄진 대규모 사회 환원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 이 선대회장 개인소장 미술품 2만3천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인왕제색도' 등 국보 14점, '추성부도' 등 보물 46점이 포함됐다.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이 작품을 기부한 행위는 단순하게 과시나 재산에 관한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국가에 기부했다는 것을 이번에 조사하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들이 보통 작품을 살 때 투자 효과를 생각하는데, 이 선대회장은 투자 행위를 넘어섰다"며 "예를 들어 이중섭 작품의 경우 투자 가치가 있는 일반 그림 외에도 세계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예술 장르인 은지화까지 일괄 구매해 기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이중섭이 한국미술사에 미치는 영향력을 박물관적 지식으로 나누고 싶어 했던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선대회장은 미술품 기증 외에도 경영 외 분야에서 많은 유산을 남겼다.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 등 의료 분야에 1조원을 지원했으며, 과학, 의료, 복지, 체육 등 분야에도 폭넓게 공헌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전례 없는 유산을 남긴 이 선대회장을 두고 김 교수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가(家)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남긴 한국의 시대 정신"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이 선대회장은 기업가가 우리 사회를 위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줬다"며 "기부금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기부가 추구한 목적의 일관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금전적 기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바꾸고 문화와 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일관성을 강조해왔다"며 이 선대회장을 관습과 시스템을 바꾼 '개혁자'로 평가했다.

hanajjang@yna.co.kr,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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