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로힝야족 위기 잊어선 안돼"…지원금 급감에 관심 촉구
유엔난민기구 대표 "올해 지원에 필요한 자금 42%만 마련돼"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유엔난민기구가 국제사회의 관심 부족으로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의 위기가 악화하고 있다며 지원을 촉구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 대표는 전날 태국 방콕에서 로힝야족 문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회의를 열고 "세계의 수많은 위기 속에서 로힝야족 난민 문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방글라데시, 영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미국 측이 참석했다.
그란디 대표는 미얀마에서 계속되는 무력 충돌과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다른 지역의 여러 위기 속에 원조가 줄어 로힝야족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 삭감으로 세계식량계획(WFP)의 지원액이 대폭 감소하는 등의 이유로 올해 로힝야족 지원에 필요한 자금 8억7천590만달러(1조1천817억원) 중 42%만 마련됐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주로 거주하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으로,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수년간 탄압받아왔다.
2017년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자 미얀마군이 대규모 토벌에 나섰고, 로힝야족 약 75만명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이들은 기존 현지 난민과 합세했고 현재 약 100만명의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살고 있다.
난민촌의 열악한 환경 속에 질병, 재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최근 식량 배급도 줄어 다수가 영양실조를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란디 대표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로힝야족은 여전히 미얀마로 가기를 두려워한다"며 "지금처럼 방글라데시에 난민들이 계속 머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사정권과 방글라데시 정부는 로힝야족의 본국 송환을 논의 중이다. 인권 단체들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로힝야족 송환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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