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셜제도와 '미군 접근 가능' 협정 20년 더…中 견제 목적
애초 최대치 4배 3조1천억여원 지원 약속…'中 확대' 막으려 남태평양 도서국에 '구애'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미국이 남태평양 거점인 마셜 제도와 20년간 23억달러(약 3조1천200억원)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미군 접근을 허용하는 전략적 협정을 체결해 눈길을 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수개월간의 협상 끝에 마셜제도와 자유연합협정(COFA) 20년 갱신에 성공했다. 마셜제도는 서태평양의 30여개 섬으로 이뤄진 나라로, 인구는 7만여명 수준이다.
COFA는 미국이 경제 원조를 제공하는 대신 해당국에 미군이 공중, 해상, 육지로 접근할 권한을 갖기로 한 협정이다. 미국은 남태평양 섬나라 중에서 마셜제도 이외에 미크로네시아, 팔라우와도 이 협정을 체결했다.
올해와 내년에 기존 협정이 만료되는 미크로네시아와 팔라우는 지난 5월 미국과 협정 연장에 합의했으나, 마셜제도는 자국 내에서 미국이 1946∼1958년 실시한 67차례의 핵실험에 대한 별도의 보상을 요구해 협상이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 9월 말로 미국과 마셜제도 간 이전 협정이 만료됐으나, 협상이 지속돼왔다.
잭 아딩 마셜제도 외교장관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국의 핵실험으로 인해 피해를 본 주민들의 특별한 요구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했으며, 협상이 길고 어려웠다"고 밝혔다.
미국이 애초 정한 최대치보다 무려 4배 더 많은 금액인 23억달러를 20년간 지원하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갱신 협정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들 3국과 COFA 연장을 위해 내년 예산에서 70억달러(약 9조4천900억원) 이상을 할당했다고 SCMP가 전했다.
미국은 남·서태평양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중국에 맞설 목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중국은 작년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했는가 하면 피지에서 10개 태평양 도서국과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등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4개 태평양 도서국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정상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하고 8억1천만달러(약 1조 800억 원) 상당의 경제적 지원도 약속한 바 있다. 지난 2월과 7월에 솔로몬제도와 통가에 대사관도 열었다.
미국은 이어 지난달 25일 태평양 도서국과 두 번째 정상회의를 열었다. 당시 회의에는 쿡 제도, 팔라우, 마셜 제도, 사모아, 솔로몬 제도, 파푸아뉴기니 등 18개국의 정상, 외교부 장관 등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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