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병원 폭발에 중대 갈림길…외교해법 아수라장 빠지나
"경악" "명백한 전쟁범죄" 서방·아랍권 모두 '충격'
아랍권 격분해 확전 위기…바이든, 중동 설득전에 '된서리'
지상 침공전 늦춰지나…미, 이스라엘 보복전 견제 들어갈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 참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 국면이 중대 갈림길에 섰다.
확전 여부는 불확실하다. 다만 이번 사건이 보편적 지탄 대상인 전쟁범죄 정황인 까닭에 이스라엘의 가자 지상전은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분쟁 해소 노력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가지자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이 17일(현지시간) 피란민과 환자로 가득 찬 가자지구 내 아흘리 아랍 병원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폭발로 병원이 심하게 파괴되면서 여성과 어린이, 피란민을 포함한 최소 5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해진 사진과 영상에는 출혈이 심한 시신, 검게 그을린 시신이 병원 경내에 흩어져 있는 참상이 목격된다.
이스라엘은 이번 병원 폭발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발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난 7일 이스라엘 기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중대 갈림길에 서게 될 전망이다.
인도주의 위기가 닥친 가자지구 내에서도 가장 취약한 이들이 보호받던 의료시설에 반인륜 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전쟁 중에 전투와 관계없는 이들을 살상하거나 병원 같은 민간인 보호시설을 파괴하는 행위는 국제법정에서 처벌되는 전쟁범죄다.
국제사회가 경악, 분노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분쟁 경로는 더욱 불확실한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이슬람권뿐만 아니라 서방국 지도자들의 입에서도 "명백한 전쟁범죄"라는 즉각적인 규탄이 쏟아지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일단 하마스를 직접 지지하지는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해온 아랍권에서도 감정이 격앙되면서 확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당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르단 방문 계획은 아랍권의 반발 속에 요르단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주요국 정상의 방문과 다자 회담이 이같이 직전에 취소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집트 대통령, 요르단 국왕,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4자 정상회담을 열어 전쟁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이란 등 제3자의 개입과 함께 중동전쟁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가장 크게 우려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런 우려가 실현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한 축으로 중동 이웃국들에 하마스 제거 당위성을 설득하는 데 공들여왔다.
이번 병원 참사는 이들 국가가 크게 실망해 물러섰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 같은 노력을 저해하는 대형악재로 관측된다.
비영리기구 국제위기그룹(ICG)의 분쟁 전문가 리처드 고원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상황이 불확실하긴 하지만 끔찍한 사건 때문에 외교가 더 힘들어지고 긴장이 격화할 위험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고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목적은 미국이 이 상황에 통제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전쟁을 통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이 같은 비극적 사건에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 방문 무산으로 아랍권과의 공식적 교감에는 실패했으나 이스라엘은 그대로 방문한다.
현재로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안을 이스라엘 상대로도 고심할 가능성이 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향해 크게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해왔다.
팔레스타인의 극단주의 성향을 없애려는 하마스의 전면 해체를 지지한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가자지구 등의 인도주의 위기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병원 폭발과 같은 대규모 민간인 참사는 전쟁의 방식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더 강력하게 견제받을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중동 전문가 조너선 패니코프는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에 걸린 두 과제를 지목했다.
패니코프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그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자신의 확약을 가장 공개적인 방식으로 입증할 기회"라며 "다른 한편으로 지상전(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 침공)을 늦추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을 위한 합의가 도출될 시간을 번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