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병원 폭발' 파문 속 바이든, 이스라엘로 출발(종합)
이스라엘의 반격 지지 표명과 함께 과도한 보복 자제 요구할 듯
병원 폭발 후폭풍으로 요르단 방문·중동지도자들과의 회동 무산
이스라엘·아랍국간 균형외교 통한 '하마스 고립' 바이든 구상 시련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중대 기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 방문길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참모들과 함께 전용기(에어포스원)편으로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출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창 전쟁이 진행 중인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올해 2월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한 뒤 하마스 대응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과 회담한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개시 여부, 대표적 반(反)이스라엘 국가인 이란의 개입에 따른 확전 여부 등의 갈림길에서 이뤄지는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의 이스라엘 방문은 사태의 향후 전개 방향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 발표를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민간인 1천200명 이상을 살해한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맞서 반격을 진행 중인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이번 전쟁과 관련한 전략과 구상을 청취하고 군사적 지원 방침을 밝힐 전망이다.
그와 더불어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가 길어지면서 현지 주민의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주민 대피를 포함한 인도적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다.
또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다수 민간인의 희생을 초래하는 '과도한 보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바이든 대통령은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방문 계기에 중동 지도자들을 만나 하마스를 고립시키고, 이스라엘의 반격에 대한 명분을 설파하는 '대리 외교전'을 펴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은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로 인해 무산됐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이어 요르단 암만을 방문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만나려 했으나 미국을 떠나기 직전 취소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오후 가자지구의 한 병원을 공습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는 BBC와 알자지라 방송 등의 보도가 나온 뒤 바이든을 만나려던 중동 지도자들이 먼저 회동 취소 방침을 밝힌 데 따른 조치였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병원 폭발이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당분간 피발의 원인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예상되지만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외교' 모양새를 취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은 출발 전부터 꼬였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의 맹방인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표명과, 이스라엘의 과도한 보복 자제 요구, 중동의 대표적 반미국가인 이란의 개입 억제 등 상충할 수 있는 목표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해야 할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침공에 이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과, 미국 정·재계에서 유대인의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이스라엘행은 내년 11월 대선과도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워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안전상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동기와, 방문 이후 전쟁의 향방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에 미칠 영향 등은 결국 내년 대선과도 연결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인 1973년 처음 방문한 이후 이번 이전까지 모두 10차례 이스라엘을 찾았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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