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교관 "미국이 핵실험하면 우리도…먼저 하지는 않아"
예르마코프 러 외무국장 "미, 영국 핵무기 배치 계획은 도발 신호"
"우크라에 정보 제공한 준민간 위성, 공격 표적될 수 있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하더라도 먼저 핵실험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러시아 고위 외교당국자가 16일(현지시간) 말했다.
타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예르마코프 러시아 외무부 핵 비확산·군비통제국장은 "하원(국가두마)이 CTBT 비준 철회를 결정해도 먼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조약에 서명한 국가로 남아 권리와 이행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하원은 17일부터 CTBT 비준 철회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예르마코프 국장은 "1992년 러시아 대통령령으로 도입된 핵실험 모라토리엄을 준수할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21일 연방의회 연설에서 말했듯 먼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러시아는 오직 미국이 먼저 이 단계를 밟을 때만 할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핵실험을 한다면 러시아도 이에 대응해 핵실험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은 네바다 (핵)실험장을 높은 경계 태세로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의 하나로 완전한 핵실험을 수행할 뜻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르마코프 국장은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따라 금지된 무기를 유럽에 배치하면 러시아도 맞대응 조치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또 영국에 핵무기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계획을 '공동 핵 임무'와 관련한 도발적인 신호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 공군은 내년 예산에 영국 공군기지 막사 신축 예산을 편성, 15년 만에 다시 영국에 핵무기를 배치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예르마코프 국장은 러시아가 지난 2월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도록 한 미국의 '적대적 방침'이 변경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우리 안보를 직접적으로 훼손, 궁극적으로 뉴스타트 조약 참여를 중단하게 한 극도로 적대적인 방침을 재고할 준비를 한다는 어떤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예르마코프 국장은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위성 데이터를 제공하며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겨냥해 "서방의 준민간 위성이 분쟁에 사용될 경우 보복 공격의 합법적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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