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1천200만년 전 유인원·인류 공동 조상 얼굴 형태 되찾았다"

입력 2023-10-17 04:00
[사이테크+] "1천200만년 전 유인원·인류 공동 조상 얼굴 형태 되찾았다"

美·스페인 연구팀 "피에롤라피테쿠스 두개골 복원…얼굴 진화 단서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20여년 전 스페인 북동부에서 발견된 유인원과 인류의 공동 조상인 '피에롤라피테쿠스 카탈라우니쿠스'(Pierolapithecus catalaunicus)의 두개골이 복원돼 본래 얼굴 모습을 되찾았다.



미국 자연사박물관과 브루클린대, 카탈루냐 고생물연구소 연구팀은 17일 과학 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2004년 왜곡되긴 했지만 비교적 잘 보존된 상태로 발견된 피에롤라피테쿠스의 두개골을 원래 모습으로 복원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피에롤라피테쿠스가 유인원과 인간의 공동 조상그룹에 속했을 것이라는 가설과 일치하며 유인원 조상의 얼굴 진화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스페인 북동부에서 발견된 피에롤라피테쿠스는 1천500만~700만년 전 유럽에 살다 멸종한 유인원 중 하나로, 한 개체의 두개골과 일부 신체 골격이 함께 발견돼 유인원과 인간의 진화 특성 이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제1 저자 겸 교신저자인 켈시 퓨 브루클린대 교수는 "두개골과 치아 특징은 화석종의 진화 관계 규명에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두개골과 치아 등이 나머지 골격 뼈와 함께 발견되면 호미닌(사람족) 진화 과정상 그 종의 정확한 위치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피에롤라피테쿠스의 골격은 호미닌 진화에서 직립보행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나무 사이를 이동할 수 있게 적응하는 것보다 더 빨리 발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두개골이 화석 생성 과정에서 손상, 왜곡돼 있어 이 종의 진화적 위치에 대한 논쟁이 계속돼 왔다.

공동 저자인 애슐리 해먼드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는 "유인원과 인간 진화 연구에서 지속해서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는 화석 기록이 단편적이고 많은 표본이 불완전하며 왜곡돼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 때문에 유인원과 인간의 진화 이해에 필수적인 주요 화석 유인원들의 진화 관계에 대한 합의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피에롤라피테쿠스의 진화상 위치를 정확히 밝히기 위해 왜곡된 두개골을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스캔해 3D로 복원하고 다른 영장류 종과 비교한 다음, 얼굴 구조상 중요한 특징들의 진화 과정을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피에롤라피테쿠스는 전체적인 얼굴 형태와 크기가 현재의 유인원 및 멸종한 화석 유인원들과 유사하지만, 다른 중기 마이오세 유인원에게서는 볼 수 없는 뚜렷한 얼굴 특징들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피에롤라피테쿠스가 유인원과 현생 인류가 갈라지기 전의 공동 조상 그룹에 속했을 것이라는 가설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에서 흥미로운 점은 피에롤라피테쿠스 두개골의 형태와 크기가 지금까지 조사된 어떤 종보다 현생 유인원 및 인류의 진화 조상과 더 가깝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피에롤라피테쿠스가 호미닌의 진화 경로에서 출발 위치에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 출처 :PNAS, Kelsey Pugh et al, 'The reconstructed cranium of Pierolapithecus and the evolution of the great ape face', https://doi.org/10.1073/pnas.2218778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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