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베이징 피습사건' 후 주중 외교관들 안전 조치 강화
홍콩 매체 "베이징·상하이·홍콩 주재 외교관들, 외출시 허가받아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베이징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이 한낮에 거리에서 습격당한 후 이스라엘 당국이 중국 주재 자국 외교관들에 대한 안전 조치를 강화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주재 이스라엘 외교관과 가족들은 피습 사건이 발생한 지난 13일 밤부터 집에 머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어 이날에는 외출하고 싶으면 보안 요원으로부터 허가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상하이와 홍콩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관에도 비슷한 지시가 내려졌으며, 이는 이스라엘 외교부 보안 부서로부터 하달된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 오후 2시께 베이징시 차오양구 한 슈퍼마켓 앞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이 한 남성으로부터 흉기로 수차례 찔리는 공격을 당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사건 직후 해당 직원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안정적인 상태라며 사건 배경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공안 당국은 용의자인 53세 외국인 남성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전날 밝혔다.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사건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분노의 날'을 촉구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항의해 이스라엘군, 정착민 등에 맞서라고 촉구한 이후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에 사는 여러 이스라엘인들은 14일 중국 경찰이 전화하거나 방문했다고 밝혔다.
SCMP는 "중국 경찰은 이들에게 베이징은 안전하다며 안심시켰다"며 "그러나 여전히 일부는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년간 베이징에서 산 한 이스라엘인은 SCMP에 "중국 소셜미디어의 반(反)이스라엘 정서와 해당 피습 사건이 모두를 극도로 스트레스받게 만들고 있다"며 "요즘 우리는 잠을 잘 못자고 있다. 길에 나가 걷는다면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매우 경계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신문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둘러싸고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미국이 이스라엘을 확고히 지지하면서 팔레스타인과 반미 정서에 대한 지지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익명을 요구한 한 베이징의 이스라엘인은 혼자 있고 싶어 하지 않는 일부 친구들과 함께 있다고 밝혔으며, 그들은 지역 경찰서도 찾아가 안전을 위해 자신들의 바뀐 주소를 새롭게 등록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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