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민족주의·반미' 속 中누리꾼들 격렬 논쟁"
"팔레스타인도 가여워 vs 문명국 입장 취해야"…주중 이스라엘 대사관 SNS계정 일시 폐쇄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민족주의와 반미 정서가 결합한 가운데 격렬한 논쟁을 촉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논쟁에 참전한 유명 논객 중 하나는 관변 언론인 후시진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팔로워 2천400만명을 거느린 그는 "우리 중 일부는 유대인과 미국이 점령한 여론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스라엘 시민이 안타깝게 죽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물과 전기가 끊긴 채 폭격당하고 공격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가여운 게 사실 아닌가?"라고 썼다.
푸단대 선이 교수는 이번 전쟁의 근본 원인은 서방 주도 세계 질서라고 주장했다.
팔로워 200만명을 거느린 그는 웨이보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핵심은 낡은 국제 질서의 부정적 유산 해결"이라고 썼다.
이들에 동조하는 목소리는 중국중앙TV(CCTV)가 지난 10일 이스라엘이 미국의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며 미국 선거에서 '이스라엘 요인'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보낸 후에도 나왔다.
이러한 '중국 민족주의자들' 댓글은 중동 상황에 대한 미국 대응을 업데이트한 주중 미국 대사관의 웨이보 글에도 달렸다.
이런 가운데 주중 이스라엘 대사관은 웨이보 계정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자 지난 9일 오전 일시적으로 계정을 폐쇄했다.
앞서 대사관은 8일 밤 한 중국계 이스라엘 여성이 하마스에 납치된 영상을 올렸다. 많은 이들이 피해자에 동정심을 표하며 큰 관심을 보인 가운데 민족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이 중국인들에게 도덕성을 강요하기 위해 중국계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논쟁이 격화하자 잠시 웨이보 계정을 닫았다가 다시 열면서 친이스라엘 댓글만 보이도록 했다. 그러자 민족주의자들은 해당 댓글들을 퍼다 나르며 조롱하고 있다.
반면 일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베이징의 국제관계학자 추인은 "현재 위기에 대한 개인의 의견과 상관없이 폭력과 테러리즘을 눈가림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소설가 룽둥은 "(이번 분쟁에 대한) 대부분의 문명국과 선진국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지아주립대 웬디 저우 박사 연구원은 SCMP에 "소셜미디어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동정은 제국적 침략의 표적이 됐던 중국 자신의 고통스러운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을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 린야오 부교수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둘러싼 중국 소셜미디어 양극화는 중국 사회 현실을 반영한다고 짚었다.
그는 "국수주의를 선호하는 지식인과 누리꾼들은 중국 당국 입장을 따르려 한다"며 "이스라엘이 좀 더 친미이기 때문에 이제 중국의 입장은 이스라엘로부터 좀 더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자유주의자들에게 이는 무조건 반사와 같다. 중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편인 것처럼 보이면 그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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