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폭파 위협·흉기 난동…지구촌 '묻지마 테러' 비상
英 폭력 우려로 학생들 등교 자제…美 폭파 위협에 유대교 신도 긴급 대피
베이징선 이스라엘 외교관 흉기 찔려…"유대인을 가스실로" 팔 지지시위도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에 맞서 '피의 보복'을 이어가면서 세계 각지로도 각각 유대인, 무슬림을 겨냥한 위협이 번지는 양상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양측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세계 주요 지역의 유대인과 무슬림 공동체들이 테러와 폭력 위협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날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를 강화하자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낼지 고심해야 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폭파 위협으로 시카고 지역의 한 유대교 회당에서는 신도들이 긴급 대피했다.
시카고와 세인트루이스 등 대도시 지역 경찰은 유대교 회당과 이슬람 모스크 주변 순찰을 늘렸다고 밝혔다.
뉴욕 브루클린과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에 있는 유대교 회당 로메무의 랍비(율법학자) 데이비드 잉그버는 "모든 유대인 기관은 높은 경계 태세에 있다"면서 "지금 우리의 최우선 책임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리노이주 스코키 회당의 랍비 샤난 겔만은 "하마스 관리들이 공개적으로 분노와 반(反)유대주의를 선언할 때, 우리는 당연히 놀란다. 왜냐하면 우리는 영화 같은 일이 역사에서 여러 번 현실화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분노의 날'을 촉구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항의해 이스라엘군, 정착민 등에 맞서라고 주문한 바 있다.
랍비 겔만은 그러나 "우리는 절대로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400개의 독립된 유대인 공동체를 대표하는 자선단체 '북미 유대인연합회'는 12일 지역 지부들에 안내문을 보내 문을 연 채로 있으라고 요청했다. 에릭 핑거헛 회장은 "우리는 우리 공동체를 폐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두려움 없이 단호하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랍비 미샤 슐만은 2명의 이스라엘 음악가가 대규모 유대인 모임에 참여하길 꺼려 맨해튼 뉴슐의 13일 예배 참석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유대인 공동체뿐 아니라 이슬람 기관들에 대한 위협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주초 매사추세츠주에선 누군가가 팔레스타인 평화문화센터와 보스턴 이슬람 신학교 간판에 스프레이로 '나치'라는 글귀를 써놓아 현지 무슬림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했다.
보스턴 경찰 대변인은 "아직 체포된 사람은 없으며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반유대주의 위협이 증가하면서, 런던의 여러 유대인 학교 어린이들은 13일 등교하지 말고 집에 머물라는 지시를 받았다.
유럽에서 유대인 인구와 무슬림 공동체가 가장 많은 런던 경찰은 추가 순찰을 위해 수천 명의 경찰관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런던 경찰은 최근들어 105건의 반유대주의 사건 신고가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건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고 전했다.
반무슬림 사건도 58건으로 지난해 31건보다 상당히 늘었다.
호주에선 지난 주말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 '유대인을 가스실로'라는 구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중국에선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일하는 50세 이스라엘 남성이 대낮에 베이징 거리에서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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