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 아마존도 가뭄 못 피했다…강 수위 최저치 육박
1902년 이래 3번째로 낮은 수준…건기 이어지며 화재도 잇따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사시사철 물이 마를 날이 없던 '열대우림' 아마존에 역대급 가뭄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130년만의 가뭄'이 올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 속에 아마존 중심부를 흐르는 강은 1902년도 정식 측정 이래 3번째로 낮은 수위를 기록했다.
13일(현지시간)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 항에서 운영하는 네그루강(히우 네그루) 수위 정보 온라인 시스템을 보면 이날 네그루강 수위는 13.91m로 나타났다. 네그루강은 아마존 강을 형성하는 모든 물줄기 중 가장 길다.
이날 수위는 마나우스 항에서 정식으로 네그루강 수위를 기록한 1902년 이후 3번째로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가장 낮았던 건 2010년 10월 24일에 측정된 13.63m다. 두 번째는 1963년의 13.64m다.
현지 기상당국은 아직 건기가 진행 중임을 고려할 때 올해 수위가 가장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실제 수위 변동은 최근 뚜렷한 내림세를 보인다.
2주 전인 지난 달 29일 15.88m였던 수위는 일주일 전인 6일 14.79m로 1.09m 떨어졌고, 다시 이날 0.88m 더 낮아졌다. 이 흐름이라면 며칠 안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브라질 매체 G1은 국립아마존연구소(Inpa) 자료를 인용, 2009∼2010년을 '120년만의 가장 혹독한 가뭄'으로 간주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브라질 당국은 적도 인근 태평양의 온난화 현상으로 설명되는 '엘니뇨' 현상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따뜻하고 영양염류가 부족해진 강물은 강돌고래를 비롯한 각종 어류 폐사로도 이어지고 있다.
네그루강을 이용해 화물과 식료품 등을 실어 나르던 대형 물류회사도 바지선 좌초 피해를 당해, 대체 항로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현지 일간지 폴랴지상파울루는 보도했다.
건조한 날씨에 따른 화재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아마조나스주 주도인 마나우스는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자욱한 매캐한 연기로 뒤덮여, 시민들이 마스크를 꺼내 들기도 했다.
우기(일반적으로 11월부터 시작) 전 아마존 곳곳에서는 의도적으로 나무를 자른 뒤 불을 질러 밭을 만드는 불법 화전(火田)이 성행하는데, 올해는 극심한 가뭄과 겹치면서 화전 불씨가 대형 화재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G1은 이날 "불로 인한 스모그 같은 연기가 마나우스를 사흘째 뒤덮고 있다"며 "호흡기 문제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아마조나스주 62개 지방자치단체 중 60곳이 가뭄 피해로 비상사태 또는 그에 준하는 경보를 내렸다.
영토 일부에 아마존 열대우림을 공유하고 있는 볼리비아도 극심한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는 7개주 지역 주민 61만1천251가구에 식수 부족 등 피해가 보고됐다며, 급수지원을 위한 '작전'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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