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美,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민간인 안전지대 설치 논의
팔레스타인 피난민 안전 확보 전까지 지상군 투입 연기 촉구
미국인 등 외국인은 가자 남부 이집트 국경 통한 대피 추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로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이스라엘, 이집트와 논의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카타르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도하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이런 방침을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이스라엘에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사전 조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며 "우리는 가자의 여러 팔레스타인 가족이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고통을 받고,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미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이 가자지구에서 인근 이집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이집트와 맞닿은 라파 국경을 개방하는 방안을 이스라엘 및 이집트 당국과 논의했다고 블링컨 장관을 수행한 당국자가 기자들에게 밝혔다.
다만 가자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까지 이집트를 통해 탈출하도록 돕는 방안은 협의하지 않고 있다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대신 미국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유엔 산하 구호기관들과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한 '안전 지역'을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과 이 문제를 논의한 이스라엘도 "민간인이 이스라엘의 정당한 안보 작전에서 안전한 곳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일부 안전 지역을 설치할 필요"에 대해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미국인뿐 아니라 현지 주민도 가자를 떠나도록 돕겠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그 이유와 관련해 당국자는 특정 국가를 거명하지는 않으면서 아랍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를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전부 떠나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데다가 팔레스타인 난민이 자국에 유입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집트는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가자 주민은 "꿋꿋하게 자기 땅에 남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이번 사태에 휘말릴 우려 때문에 가자 주민이 자국 영토로 넘어오는 것을 반대해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피난민을 위한 안전한 대피로가 확보될 때까지 가자지구 내 지상군 작전을 미뤄달라고 촉구했다고 폭스뉴스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 주민 약 110만명에게 24시간 내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무리한 요구로 민간인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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