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러 동결자산 수익 우크라 지원' 방안에 부정적
"과세할 만한 수익 없다"…서방국 일각선 '제재 미온' 지적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서방이 경제제재를 통해 동결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중립국 스위스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정부에 따르면 스위스 국가경제사무국(SECO)은 전날 성명을 통해 "동결된 러시아 금융 자산에 대한 관리는 국제적으로 조율된 방식을 쓰고 있으며 자산에서 실질적 이익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SECO의 성명은 벨기에가 러시아 동결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에 과세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한 점을 두고 스위스도 이런 방안을 검토하느냐는 질의가 언론 등에서 제기되자 답변 차원으로 내놓은 것이다.
지난 11일 벨기에 정부는 동결된 러시아 자산 가운데 채권 등에서 이자수입 등으로 상당한 현금 수익이 나왔고, 이에 대해 세금을 매긴 금액 17억 유로(2조4천억여원)를 우크라이나 재건을 돕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SECO는 이 같은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동결자산에서 세금을 매길 말한 수익이 없다는 설명과 함께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다만, SECO는 동결자산 처리 방향과 관계 없이 연방정부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확인했다.
스위스의 설명은 벨기에처럼 현금 수익이 발생하는 러시아 동결자산이 자국 내에는 별로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의 약 3분의 2가량은 벨기에에 기반을 둔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다.
이처럼 동결자산 규모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스위스가 대러시아 제재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스위스가 우크라이나전 발발 후 동결 조치한 러시아 관련 자산액은 75억 스위스프랑(11조7억여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스콧 밀러 주스위스 미국 대사는 "스위스가 동결할 수 있는 금액은 500억∼1천억 스위스프랑(73조1천억∼146조2천억여원)까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재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과세할 현금 수익이 별로 없다는 SECO의 해명 역시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방증한다는 비판이 다른 서방국 사이에서는 나온다.
스위스 의회는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 유력 인사의 재산을 추적·동결하기 위해 조직한 태스크포스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도 지난달 관련 동의안을 표결 끝에 부결시키며 거절한 바 있다.
SECO는 "스위스는 모범적으로 대러시아 제재를 이행하고 있으며 자산 동결 실적 또한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진행된 실적과 비교할 때 3분의 1을 넘는 규모"라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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