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타결…중동 첫 FTA 열었다

입력 2023-10-14 16:30
수정 2023-10-14 17:12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타결…중동 첫 FTA 열었다

자동차·가전·K-콘텐츠 수출확대…UAE 원유 관세면제로 에너지공급망 강화

'핵심 우방'과 FTA로 중동 진출 기반 공고화…"신중동붐 확산 계기"

내년 상반기 정식 서명 목표…"조기 협정 발효 추진"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한국이 중동 지역 '주요 우방'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하기로 했다.

중동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처음이다.

정부는 중동 진출 기반을 공고히 함으로써 '신(新)중동붐'이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UAE는 중동 국가 중 한국의 핵심 파트너국이다. UAE로의 바라카 원전 및 대규모 방산 수출 등이 이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UAE는 한국의 세 번째 원유 도입국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주요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수급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UAE 경제부 대외무역 특임장관이 서울에서 열린 통상장관 회담에서 양국 간 CEPA 협상 최종 타결을 확인하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CEPA는 관세 인하를 통한 상품과 서비스 등 시장 접근 확대에 더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 강화 확대 방안을 담은 자유무역협정이다. 한·UAE CEPA는 한국이 체결하는 24번째 자유무역협정이다.



◇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목 관세 철폐…원유 등 에너지자원 안정적 공급

한·UAE 양국은 향후 10년에 걸쳐 상품 품목 수 기준 각각 92.8%, 91.2%의 시장을 상호 개방한다.

UAE는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 자동차 부품, 가전, 무기류, 쇠고기·닭고기·과일·라면을 비롯한 농축수산물 등의 관세를 철폐한다.

한국이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보다 먼저 UAE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해 경쟁국 대비 자동차 수출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UAE는 현재 자동차 등 주요 상품에 5% 관세를 일률 부과하는데, CEPA가 발효되면 10년에 걸쳐 관세가 사라져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현지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자동차는 한국의 UAE 수출 중 가장 규모가 큰 상품으로 수출 증가세도 뚜렷하다. 작년 수출액은 3억3천800만달러로 전년보다 81.5% 증가했다.

자동차를 포함한 대(對)UAE 수출 주요 품목의 관세 철폐로 UAE 시장에의 접근 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UAE를 거점으로 한 다른 중동 국가와 교역을 넓힐 기반을 갖추게 된다.

한국은 UAE의 핵심 수출품인 원유를 포함해 석유화학 제품, 대추야자 등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한국은 전체 원유 도입량의 10%가량을 UAE에서 수입하는데, 지난해 UAE에서 92억달러어치를 들여왔다. UAE의 한국 수출액 가운데 약 60%를 원유 한 품목이 차지한다.

CEPA가 발효되면 현재 원유 등에 부과되는 관세(3%)가 10년에 걸쳐 철폐된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UAE 원유 관세 철폐로 안정적 원유 공급원을 확보하고, 국내 정유 산업의 원가 경쟁력 개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UAE, 체결 CEPA 중 '최고 수준' 서비스시장 개방

서비스 시장에서는 UAE가 온라인 게임, 의료, 영상·음악 콘텐츠 등 한국의 최우선 관심 분야를 기존에 다른 나라와 체결한 CEPA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특히 온라인 게임 시장은 UAE가 타국과의 CEPA 최초로 개방했다.

중동에서 온라인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는 UAE에 K-게임 진출이 확대되고, 영화와 음악 등 K-콘텐츠 소비도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아울러 의료 서비스 개방으로 병원 등 의료기관의 현지 개원과 원격 진료가 가능해지고, 산후조리, 물리치료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의 현지 진출도 가능해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도 현지법에 따라 게임과 의료 등 서비스 분야 진출이 가능하지만 CEPA를 통해 양허했다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해당국이) 정책적 판단을 해 개방을 닫더라도 CEPA가 존속하는 한 우리 기업의 투자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 개방 외에도 양국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더욱 가속하는 차원에서 CEPA에 에너지·자원, 바이오 경제, 스마트팜, 헬스케어, 첨단산업 등 5대 핵심 협력 분야별 부속서를 포함했다.

이는 한·UAE 간 분야별 경제협력을 체계적으로 제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앞으로 법률 검토 등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정식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국회 비준 등 절차를 거쳐 조기에 협정이 발효되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아랍권 국가와의 첫 번째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UAE와의 교역·투자 확대와 안정적 중동 지역 진출 기반 조성을 통한 신중동붐 확산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의 UAE 진출 안정성을 제고하고,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우리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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