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섬망 원인은 혈뇌장벽 누출"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수술 후 노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섬망은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 누출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섬망은 주의력, 언어능력 등 인지기능 저하와 정신병적 장애가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환각, 환청, 초조함, 떨림과 함께 안절부절못하고, 잠을 안 자고, 소리를 지르는 등 과잉행동도 나타난다. 섬망은 수술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갑자기 발생한다.
혈뇌장벽은 특정 혈관벽에 특수 세포와 물질들이 밀집해 마치 '지퍼'처럼 단단하게 조여진 곳으로, 중요한 영양소만 선택적으로 뇌로 들여보내고 해로운 물질은 차단하는 한편 뇌의 노폐물을 내보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뇌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물도 뇌에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듀크 대학 의대 마취과 전문의 마이클 데비니 박사 연구팀이 심장, 신경과 관련되지 않은 수술을 받은 노인 207명(평균연령 68세, 여성 45%)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1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의 혈뇌장벽 투과성을 평가하기 위해 수술 전과 수술 24시간 후 뇌척수액과 혈액 샘플을 채취, 뇌축수액/혈중 알부민 비율(CPAR)을 측정했다.
이와 함께 수술 전과 후 폭넓은 인지기능 평가도 진행했다.
이 중 26명(12.6%)이 수술 후 섬망이 발생했다.
전체적으로 CPAR이 수술 전에서 수술 24시간 후 평균 0.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술 후 섬망이 발생한 환자는 섬망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보다 CPAR 증가폭이 31% 더 컸다.
연령, 기본 인지기능, 수술의 종류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지만, CPAR이 1 증가할 때 섬망 발생률은 30%, 장기간 입원 위험은 15%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술 후 혈뇌장벽의 투과성 증가가 수술 후 섬망, 장기간 입원 위험과 독립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 학회 학술지 '신경학 회보'(Annals of Neur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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