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입시험 ACT 평균점수 32년만에 최저치…"팬데믹 효과"(종합)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온라인 수업, 학력 저하 가속한 듯
(뉴욕·시카고=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김현 통신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직후 고등학교를 입학한 미국 학생들의 학력 저하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올해 미국 대입자격 평가시험인 'ACT' 수험생 평균 점수가 6년 연속 하락하면서 1991년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평균 점수는 36점 만점에 19.5점으로 지난해보다 0.3점 하락했다.
ACT는 SAT와 함께 고교생들의 대학 입학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양대 시험으로 인정받아왔다. 두 시험 모두 여러차례 응시할 수 있으며, ACT는 영어·수학·독해·과학 4과목 점수를 모두 합한 후 다시 4로 나눠 종합점수(Composite Score)를 낸다.
ACT 측은 미국에서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19 사태가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가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AP통신도 "ACT 평균 점수는 지난 6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그 정도가 심화했다"고 지적했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도 "팬데믹이 교육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최신 지표"라고 평했다.
올해 미국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팬데믹 당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대부분 학교의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재닛 고드윈 ACT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미국 교육 시스템이 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 향후 성공적인 대학·직장 생활을 하도록 충분히 준비시키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ACT 주관사 측은 "독해·과학·수학 평균 점수 모두, 학생들이 대학 1학년 과정을 성공적으로 밟기 위해 필요하다고 믿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영어 평균 점수는 기준을 겨우 넘었지만 작년보다 더 낮아진 경향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모든 과목에서 기준점 미달 점수를 받았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대학 수업을 소화할 준비가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부연했다.
한편 미국 교육계에서는 학생 부모의 소득이 ACT나 SAT 점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들어 대입 자격시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학들은 팬데믹 이후 지원자들에게 대입 자격시험 성적을 필수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
하버드대의 경우에도 2026년까지 ACT와 SAT 성적 제출 없이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해 ACT 응시생은 140만 명으로, 2017년의 200만 명의 70% 수준에 그친 상태다.
주관사 측도 각 대학의 입시 정책 전환으로 인해 응시 규모가 완전히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응시자 중 단 21%만 모든 과목에서 기준을 넘는 점수를 받았다"며 "이 학생들은 해당 과목의 학교 성적이 C 이상일 확률 75% 이상, B 이상일 확률 50%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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