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EU 갈등에 '리투아니아 변수'까지…국회의장 대만 방문 예정
2021년 駐리투아니아 대만대표처 설치에 中 강력 반발 '악연' 있어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경제·안보 이슈로 갈등하는 가운데 이번엔 중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리투아니아 변수까지 불거질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빅토리아 치밀리테 리투아니아 국회의장은 오는 21∼29일 경제계 인사들과 함께 대만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치밀리테 의장은 대만 방문 기간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리투아니아 고위급 인사 대만 방문은 2021년 11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주(駐) 리투아니아 대만대표처'가 설치된 이후 2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주대만 대표처는 2022년 11월 7일 정식 개관했다.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중국 영토로 여기고 대만과 외교관계 수립에 반대하는 중국에 정면으로 맞선 조처였다.
이 때문에 중국은 자국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를 소환하고, 양국 관계를 대리대사급으로 격하했는가 하면 리투아니아 수출품의 통관을 막는 등 경제 보복을 벌였다.
리투아니아 역시 검열 기능이 탑재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샤오미를 포함한 중국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권고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리투아니아는 다른 EU 회원국과는 달리 대(對)중국 경제 의존도가 낮다. 리투아니아는 강점을 가진 자국 정밀 레이저 기술 분야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간 협력을 가속하고 있다.
EU 회원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리투아니아는 인구 280만명의 소국이지만, 구소련으로부터 수십년간 핍박받았던 과거를 갖고 있어 대만에 우호적이다.
리투아니아는 중국을 겨냥해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고, 중국의 신장 위구르 정책을 학살로 규정하고 반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치밀리테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중국과 리투아니아 사이에 다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중국과 리투아니아 간 갈등이 기존 '중국 대 EU' 간 다툼에 보태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U는 지난달 13일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한 반(反)보조금 조사를 예고하고 지난 3일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바이오 등 4대 첨단기술의 무기화 위험성을 평가하겠다고 밝혔으며, 중국산 철강 제품의 '불공정 보조금 혜택' 여부도 조사하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에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리투아니아 변수가 현실화하면 중국과 EU 갈등이 더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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