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자지구 지상전 임박한듯…탱크 집결·융단 폭격(종합)
하마스 인질처형 위협에도 한밤중 폭격 강행…"탱크 진격 위한 사전작업"
이스라엘 소식통 "지상전 불가피…공군 폭격후 이뤄질 것"
로이터 "이전 지상군 투입 작전에서도 국경주변 공습해 초토화"
美, 이스라엘·이집트와 가자 주민 위한 '안전통로' 타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맞불 공습으로 교전을 이어가는 와중에 가자지구 인근 자국민에게 대피령을 내리면서 지상 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전날 밤 가자 지구 인근 지역의 자국민에게 72시간을 보내는데 필요한 음식과 물, 다른 물자를 충분히 마련한 채 대피할 준비를 하라고 알렸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가자지구로의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현지에선 이스라엘군(IDF)의 가자지구 공습이 강화되는 최근 움직임이 지상군 투입을 위한 사전 작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수십만명에 이르는 예비군을 소집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 레바논과의 국경 주변에 탱크와 중화기를 밀집시킨 채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과 산발적인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조너선 콘리커스 중령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30만명의 예비군이 가자지구와 인접한 이스라엘 남부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은 "이번 전쟁이 끝나면 하마스가 어떠한 이스라엘 시민을 위협하거나 살해할 군사적 역량을 완전히 상실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내린 임무를 수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콘리커스 중령은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지금까지 가자지구에 수백 톤의 폭탄이 투하됐다면서 "정확성이 아니라 피해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동쪽 가장자리의 도시 베이트하논 내 목표물 80곳을 폭격했다. 가자지구 알푸르칸 일대에선 지난 24시간 동안 450곳이 폭격당했고, 이중 200개소는 간밤에 공격이 이뤄졌다. 알다라지에서도 70개소가 이스라엘 공군의 타깃이 됐다.
폭격 대상이 된 곳들은 지난 7일 새벽 벌어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지시하는데 사용된 장소들과 은행 등이라고 한다.
이스라엘 남부에서 100명이 넘는 민간인을 납치한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민간 목표물을 경고 없이 타격할 때마다 인질 1명씩을 살해하겠다고 지난 9일 경고했으나 공습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공군은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가자지구 상공의 항공기를 발견하기 위해 하마스가 개발해 사용해 온 첨단감지체계를 파괴했다"면서 "하마스는 지난 수년간 항공기를 식별·추적하기 위한 고성능 카메라 네트워크를 구축해 가자지구 전역의 태양광 난방시설들에 숨겨놓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이 공습을 강화하면서 가자지구에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게 됐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과거 벌어졌던 교전에서는 일부 안전지대가 있었으나 지금은 다르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지하에 몸을 피하기도 전에 건물이 무너지면서 안에 갇히는 주민이 생겨나기도 한다고 BBC는 전했다.
이미 가자지구에서는 최소 900명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일반 주민들은 공습은 보복의 시작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폭격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피난 중이라는 베이트하논 주민 야멘 하마드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국경지대에 대한 폭격이 탱크를 진격시키기에 앞서 수행되는 초토화 전술의 일환일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안보 관련 소식통도 "우리가 지불한 막대한 대가 때문에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건 공군의 폭격 이후가 될 것"이라며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폭격의 목적 중 하나는 "상대방을 약화하고 사람들이 달아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사전작업 없이 지상군이 "그냥 들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이전 두 차례 지상군 투입 작전에선 사전에 도로 등을 파괴해 하마스와 여타 무장단체들의 이동과 소통을 어렵게 하는 것이 전형적인 전술로 쓰였다.
그러고는 아예 새로운 길을 뚫고 내부로 진입함으로써 혹시 모를 기습이나 지뢰, 급조폭발물(IED)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 왔다는 것이다.
기오라 에일란드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공습으로는 하마스를 완전히 무력화하지 못하며 지상군을 투입하면 더 효과적으로 하마스를 격멸하고 지휘체계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도 그런 이니셔티브를 취하길 꺼리고 있다. 많은, 훨씬 많은 이스라엘군 전사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애물로 가득한 거리에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지닌 하마스와 불과 수십m 거리를 두고 근접 전투를 벌인다면 이스라엘군의 우월한 화력을 활용하지 못한 채 막대한 피를 흘릴 수밖에 없어서다.
그런 가운데 가자지구에서는 이미 26만명이 넘는 주민이 집을 떠나 국제 구호기구 등이 운영하는 학교 등으로 몸을 피했다고 유엔은 밝혔다.
이스라엘에 의해 2007년부터 16년간 가자지구에 갇혀 살아왔던 현지 주민들의 수는 230만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이번 기습을 계기로 9일 전기와 연료는 물론 식품과 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물자의 반입을 차단했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 이집트와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안전통로' 개설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협의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세부사항은 실무기관들 간에 논의되는 것들인 만큼 이 시점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공개적으로 공유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상자와 관련한 질문에는 "우리는 고의적으로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디언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경계를 따라 뻗어있는 이스라엘 232번 고속도로가 양측의 새로운 전선이 된 듯 보인다고 전했다.
10일 오전 이 도로 주변 곳곳에선 공습과 대포 소리가 들렸다. 이스라엘측 탱크와 군용 헬리콥터가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고 도로 인근에선 하마스 무장대원들로 보이는 이들의 시신과 부서진 차량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hwangch@yna.co.kr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