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하원, CTBT 비준철회 18일 결론…외무차관 "철회할 수밖에"(종합)
"미국이 핵실험하면 우리도 재개…네바다주서 징후 포착"
핵실험 감시기구들 촉각…CTBTO "러측 만나고 싶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에 관한 연구에 착수한 가운데 러시아 고위 외교관은 "비준 철회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10일(현지시간) 러시아 하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행히도 미국이 이 길(CTBT 비준)을 따를 징조가 없다"며 따라서 우리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1996년 9월 24일 유엔 총회에서 승인된 CTBT에 대해 러시아는 1996년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으나 미국은 1996년 서명만 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핵실험 재개를 준비할 예정이라면서도,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에만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대통령은 우리가 실험 재개를 위해 시험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과제를 제시했다"며 "그러나 실제 실험은 미국이 비슷한 실험을 수행할 때만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최근 미국이 네바다주에서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거나 준비했다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CTBT 비준을 철회하더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핵실험 감시 관련 데이터 공유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모라토리엄은 유지된다. 우리는 비준만 철회하고 다른 것은 계속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 하원은 오는 18일 CTBT 비준 철회 제안에 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10일 이내에 외무부와 기타 관련 기관에 연락할 것을 국제문제위원회에 지시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장은 "러시아는 관련 입법 절차가 끝나는 대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CTBT 비준 철회를 통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일 발다이 토론 행사에서 "이론상 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가 가능하다"며 하원이 비준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6일 "다음 회의에서 CTBT 취소 문제를 반드시 논의할 것"이라며 실제 검토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볼로딘 의장은 미국이 CTBT를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도 비준을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 문제로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가 세계에 최대 규모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성명에서 "러시아는 무모한 탈퇴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며 비준 철회에 대해 심사숙고하라고 요청했다.
로버트 플로이드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 사무총장도 그동안 러시아 고위 인사들과 만나 CTBT 비준이 러시아 국익은 물론 전 인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며 "가능하면 빨리 모스크바에서 주요 지도자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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