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베네수엘라서 '마두로 정적' 야권 인사들 수난

입력 2023-10-07 00:52
내년 대선 베네수엘라서 '마두로 정적' 야권 인사들 수난

야당 일인자 공직 금지·'한때 임시 대통령' 체포령…"왜 하필 지금?" 반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내년 대선을 치를 예정인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주요 야권 인사가 선거 출마 자격을 잃거나 형사처벌 대상에 오르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검찰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후안 과이도(40) 전 국회의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타레크 윌리엄 사브(61) 법무부 장관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국영 석유기업인 PDVSA 소유 자산에 대한 계획적이면서도 부주의한 범죄 혐의에 따른 것"이라며 "(과이도는) 국가에 대한 반역, 직권남용, 공공자산 횡령, 돈세탁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말했다.

과이도 전 의장이 자금 조달을 위해 PDVSA 측에 손실을 끼친 금액은 190억 달러(25조6천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고 사브 장관은 검찰 수사결과를 인용해 전했다. 그러면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과이도 전 의장에 대한 적색 수배도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과이도는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베네수엘라 검찰이 과이도의 체포를 요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그전에도 이미 과이도와 그 주변 인물에 대한 각종 혐의에 대해 28건의 수사를 개시했거나 조사를 일부 마무리 지은 상태였다고 현지 일간지인 엘나시오날은 보도했다.



과이도 전 의장은 2019∼2022년 베네수엘라의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 당시 야권 대표를 지내며 '임시 대통령'을 지냈다. 2018년 연임에 성공한 니콜라스 마두로(60)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그는 야권 분열 속에 정치적 기반을 잃은 채 불명예 퇴진했다.

과이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검찰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왜 하필 지금 이런 조처를 했을까"라며 "베네수엘라 야당을 박해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고 반발했다.

실제 현지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을 보면 일각에서는 검찰의 결정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치를 것"이라는 마두로 언급만 있을 뿐, 구체적인 선거 일자가 확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 인사들이 '제거'되는 게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2013년부터 집권 중인 마두로는 이미 출마를 공언했다.



앞서 지난 6월 야권의 새로운 유력 주자로 꼽히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5) 전 국회의장도 '과이도의 각종 범죄에 함께 연루돼 있다'는 등 이유로 15년간 공직 금지 명령을 받았다.

내년 대선 출마가 불투명해진 마차도 전 의장은 "정부의 명백한 헛짓"이라며 대권 도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당 연합은 오는 22일 단일 후보 추대를 위한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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