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에 존재감 높여라' 이색 콘텐츠 만드는 중후장대 기업들
낯선 업종 성격·사명으로 취준생 등에 낮은 인지도
취업설명·브이로그·게임 협업 등 '세대 맞춤형' 콘텐츠로 승부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업종 자체가 일반인에게 낯설고 사명도 친숙하지 않은 '중후장대' 기업들이 취업준비생 등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고자 이색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석유제품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지난달 19일 유튜브에 선보인 취업준비생 대상 콘텐츠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궁금해?'는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조회수 1만회를 돌파했다.
실제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취업 '랜선 멘토'와 트레이딩 전문가가 출연해 젊은 직원과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국내외 조직 및 주요 업무, 사업 영역, 매출 규모를 비롯해 트레이딩 산업 특성과 그에 따른 리스크 관리,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까지 입사 지원에 참고할 만한 내용을 두루 소개한다.
2013년 SK에너지의 트레이딩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국내 유일 석유제품 전문 트레이딩 기업으로, 아시아 권역 원유·석유제품 거래를 주도하고 있지만 영어로 이루어진 긴 사명이 쉽게 와닿지 않아 취업준비생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산업 특성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업계 내 기업의 위상과 전망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관심을 끌고자 이 같은 콘텐츠를 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중후장대 기업은 '중공업', '석유화학' 등 회사의 주력 분야를 국문으로 표기한 직관적 사명을 주로 썼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 분할이나 합병 등 사유로 사업 성격이 다양해진 점, 경영의 지향점을 강조하려는 목적 등에 따라 영문을 중심으로 포괄적 사명을 붙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이런 업종은 대개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이어서 일반인과 접점이 부족한 탓에 젊은 미래 인재를 유치하려는 관련 기업들에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는 빼놓을 수 없는 홍보 수단이 됐다.
'사명만 봐서는 뭘 하는 회사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말을 듣는 SK이노베이션 계열 자회사들도 온라인 콘텐츠를 통한 홍보에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최근 공개돼 관심을 끈 '행복 코끼리'(행코)를 활용하는 등 2030 세대를 겨냥한 여러 콘텐츠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채널 등으로 공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이런 회사명이 다소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친환경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장과 혁신 의지를 반영하려면 사명 변경은 꼭 필요한 선택"이라며 "2030세대에게 친숙한 콘텐츠로 새로운 사명과 사업 영역을 친근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그룹명을 바꾼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도 젊은 세대 취향에 맞춘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HD현대중공업 영업본부 소속 직원이 가스에너지 산업 전시회 '가스텍 2023'에 참가하며 현장 영업활동 등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소개해 일주일 만에 1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 공개된 31초 길이의 신입사원 모집 영상은 귀여운 캐릭터를 등장시켜 조회수가 473만회에 달하기도 했다.
대표적 중후장대 기업인 포스코도 계열사들이 환경 친화, 미래 소재 등 의미를 담아 사명을 대거 변경한 뒤 이색 콘텐츠로 젊은 세대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넥슨의 온라인 게임 '프라시아 전기'와 협업한 광고 '판타스틸-신(新)철기시대의 서막'은 8월 중순 공개 이후 지금까지 조회수가 2천700만회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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