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국 반도체 수출 추가제재 임박…"美업체들은 반대로비"

입력 2023-10-06 11:55
美, 대중국 반도체 수출 추가제재 임박…"美업체들은 반대로비"

NYT "엔비디아·인텔·퀄컴 활동에 신규 제재 지연"

미 상무부 "최대효과 위해 수출통제 시기·범위 신중히 설계 중"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추가 규제안 마련을 위해 막바지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작업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됐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의 허점을 메우고 규제를 추가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홈페이지에 '반도체 제조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 수정' 관련 규제안이 게시된 것도 규제가 임박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한 익명의 소식통은 해당 문건에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제한 안이 담길 것이라고 확인했다.

인공지능(AI)에 들어가는 최첨단 반도체 수출에 대한 신규 제재를 담은 규정은 아직 게시되지 않은 상태인데, 소식통은 두 규정이 동시에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7일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이하) ▲ 18n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다만 이는 잠정 규정이었던 만큼 상무부는 최종 규정 발표를 준비해왔으며, 로이터는 미국의 한 당국자가 "중국은 미국 측과의 대화를 토대로 수출통제 발표 1년에 맞춰 업데이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몇 달 사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진전 속도가 늦어졌다면서, 여기에는 엔비디아·인텔·퀄컴 등 미국의 대형 반도체 제조사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는 중국에 대한 판매 감소로 자신들의 사업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려던 정부 움직임도 궤도를 벗어날 수 있다고 7월부터 직설적으로 경고해왔다는 것이다.

NYT는 정부·산업계·싱크탱크 인사 20여명에 대한 인터뷰를 근거로 이들 업체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및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 이러한 의사를 전달했고, 싱크탱크들에 지지를 호소하거나 워싱턴 정계 지도자들에게 추가 통제를 재검토하도록 촉구해왔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제재로 미국이 후퇴할 경우 중국이 독립적인 반도체 산업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세계가 중국제 반도체에 의해 지배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의 로비활동을 지원해온 팀 티터 법무 자문위원은 "경쟁자가 주도하는 생태계 발전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면서 "이는 반도체와 첨단기술, AI 등에서 미국의 지도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신규 제재가 지연되고 제재 폭이 좁아진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상무부 대변인은 "수출통제 시기와 범위는 최대 효과를 위해 신중히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