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메이커·창세기전…부활하는 추억의 게임들
1990년대 인기 PC게임 판권 확보해 모바일·콘솔로 리메이크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국내 게임사들이 프린세스 메이커, 창세기전, 영웅전설 등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인기를 끈 '추억의 게임' 시리즈의 판권을 얻어 리메이크에 도전하고 있다.
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생 게임사 디자드는 지난달 열린 '도쿄게임쇼 2023'에 참가해 일본 애니메이션·게임 제작사 가이낙스와 '프린세스 메이커' 지식재산(IP) 계약을 체결했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중세 판타지풍 세계에서 주인공이 아버지가 되어 딸을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다.
국내에서는 1994년 정식 발매된 2편 '프린세스 메이커 2'를 계기로 인기를 끌었으나, 2007년 5편이 발매된 이후 정식 후속작이 더는 나오지 않았다.
2014년에는 엠게임[058630]이 판권을 구입해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작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현재 PC·콘솔 대전 게임 '아수라장'을 개발하고 있는 디자드는 "IP를 기반으로 기술력을 더해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의 신작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라인게임즈도 1990년대를 풍미한 전략 역할수행게임(SRPG) '창세기전' 시리즈의 리메이크 작품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오는 12월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창세기전'은 과거 국내 게임사 소프트맥스가 1995년 첫선을 보인 PC 패키지 게임 시리즈다.
'창세기전'은 특유의 개성 있는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호평받으며 1990년대 말까지 국내에서 많은 팬층을 낳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며 별다른 후속작이 나오지 않았다.
긴 침묵을 깨고 2016년 나온 온라인 게임 '창세기전 4'는 부족한 게임성 때문에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6년 '창세기전' 판권을 확보한 라인게임즈는 원작의 스토리와 전투 방식을 계승하되, '언리얼 엔진 4' 기반의 3D 그래픽을 적용해 현대적 감각으로 시리즈를 재해석할 계획이다.
아울러 자회사 미어캣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도 4분기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파우게임즈는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IP에 기반한 모바일 게임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일본 게임사 니혼 팔콤이 제작해 1997년부터 2000년까지 국내에 정식 발매된 '영웅전설' 3편·4편·5편 세 작품을 일컫는 말로, 게임 속 '가가브' 대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웅전설 시리즈 자체는 최근까지 후속작이 나오는 장수 IP지만, 30대 이상의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가가브 트릴로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밖에 국내 게임사 슈퍼캣도 일본 게임사 컴파일의 1997년 작 게임 '환세취호전' 판권을 확보해 모바일 게임 '환세취호전 온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넥슨이 퍼블리싱하는 '환세취호전 온라인'은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앞다퉈 1990년대 '추억의 게임'을 되살리려는 배경에는 IP 확보 경쟁이 있다.
중소 게임사가 신규 IP를 내놓기엔 위험 부담이 큰 상황에서, 오랫동안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잊힌 게임 IP를 다시 꺼내 기존 팬층을 가져오려는 전략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PC 게임을 즐긴 세대가 현재 소비력이 큰 기성세대가 된 만큼 효과적인 전략으로 보인다"면서도 "20년 전과 현재 게임시장의 전반적인 트렌드가 크게 달라 세심한 고려 없이는 기존 팬층도, 새로운 고객도 놓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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