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에 관해 서방이 이해 못 하는 이유 다섯 가지?
더 컨버세이션 "中 외교정책, 서방 생각하는 것처럼 장기적 거창한 계획 아닐 수도"
"전랑외교? 트럼프식 호전적 수사 대응 일수도"…"'중국식 권위주의 확산·체제 전복'은 오해"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달 초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해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불참 이유로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G20 중요성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남이 불편해서 피했을 가능성,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경제 등 내부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 등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어느 하나도 명확하게 설명되지는 않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내린 외교적 결정이나 판단이 서방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잘 가지 않거나 의문이 드는 때가 종종 생긴다.
이런 점에서 5일 뉴스 분석 인터넷 매체인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홈페이지에 실린 '중국 외교에 관해 서방이 이해 못하는 5가지'란 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끈다.
이 매체는 중국 외교정책을 둘러싼 서방 반응은 중국의 동기나 의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서방이 중국 외교정책에 대해 자주 오해하는 5가지 측면을 소개했다.
◇ "중국 외교정책, 거창한 계획 아닐 수도"
첫 번째로 중국의 외교정책이 서방이 생각하는 만큼 거대하고 거창한 계획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서방 언론에서는 중국 외교정책을 세계적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거대한 계획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 정책이 미로같이 복잡하고 치밀한 계획은 아닐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짚었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중국의 이른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지목됐다.
강경하게 국익을 관철하는 전랑외교는 중국의 장기적이고 계산된 공격 전략이란 서방의 해석이 나오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정부의 호전적 수사에 대응하는 것일 수 있고 국내 민족주의에 부응하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중국 지도자들이 외국 정상 등에게 강경 발언을 하는 모습은 자국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실적이 저조한 경제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같은 중국의 대규모 이니셔티브도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 등 외부 환경에 대한 대응으로 나왔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국 외교정책은 이처럼 장기적인 계획이라기보다는 최근에 일어난 상황에 맞춰 고안된 것이 많다고 더 컨버세이션은 분석했다.
◇ "중국식 정치적 권위주의 확산 우려도 오해"
중국이 다른 국가에 정치적 권위주의를 조장할 것이란 서방의 두려움도 중국 외교에 대한 오해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경제발전 모델은 중국 정치 시스템을 다른 나라로 확산시킬 것이란 두려움을 증폭시켰으나 실제 중국은 다른 국가의 국내정치에 대해서는 자유방임주의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중국은 다른 나라에 중국의 정치체제를 따르라고 강요하기보다는 민주주의나 독재국가 모두를 상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들과 활발한 외교 관계를 맺는 동시에, 외교 정책에서 내정불간섭 원칙을 강조하면서 서방 제재를 받거나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시리아, 베네수엘라나 정상을 초청하는가 하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나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도 끈을 유지하고 있다.
◇ "中, 특정 부분 수정 원하지만, 현 글로벌 체제 전체 전복은 원치 않아"
세계 질서를 둘러싼 중국 역할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다는 게 이 매체 분석이다.
최근 몇년간 중국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묘사 중 하나는 자유주의 규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와 국제기구를 전복시키려는 '수정주의 세력'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한 '위협'이자 국제정치의 '수정주의' 세력으로 중국을 간주하며 중국과의 관계에서 협력보다는 경쟁과 억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더 컨버세이션은 그러나 "중국은 탈냉전 체제에서 미국과 자유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을 원하지만, 현 글로벌 체제 전체를 뒤집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데다 냉전 종식 이후 경제의 급속한 발전을 이루는 등 세계화의 주요 수혜자 중 하나였기 때문에 현 체제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중국의 역사적 경험, 서방이 간과"
중국의 역사적 경험을 서방이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오해가 비롯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은 국제적으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적이 많았지만 1839년부터 1949년까지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서양과 일본 제국주의에 침탈을 겪은 백년국치(百年國恥)도 겪었다.
중국은 이처럼 아픈 과거를 언급하면서 자국민을 단결시키는 동시에 비슷한 아픔을 겪은 개발도상국들과 '공동의 대의'도 구축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의 실크로드가 번성했던 한, 당, 송 왕조의 '황금시대'도 새로운 실크로드를 구축하려는 중국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더 컨버세이션은 "중국의 외교정책을 더 명확하게 보려면 이같은 유산 뒤에 숨은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중국 지원은 개도국에 매력적"
이 매체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둘러싼 오해를 마지막으로 거론했다.
중국의 개도국에 대한 재정지원과 투자 프로젝트는 서방매체에서 종종 부패 국가에 뇌물을 제공하거나 이들 국가를 '부채의 늪'에 빠뜨리는 것으로 묘사됐다.
그러나 더 컨버세이션은 이같은 묘사는 많은 조건이 따라붙는 서방 원조 패키지의 대안으로 중국 지원이 개도국들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아프리카 등 주요 개도국에 투자하면서 광물 자원 확보 등 실질적인 이익에는 공을 들이지만, 서방과 비교해 투자금 사용처 등을 까다롭게 따지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컨버세이션은 중국의 군사전략가인 손자(孫子)가 "자신뿐만 아니라 적을 아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소개하면서 이 교훈은 오늘날 중국을 이해하는데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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