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오면 살해" 카르텔 위협에 멕시코 공연 취소 잇따라
카르텔, 갱단원 비하 가사 등 특정 그룹들에 불만 표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에서 마약과 여성 등을 가사 소재로 쓰며 인기를 얻은 몇몇 밴드 그룹이 카르텔의 위협 속에 콘서트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엘솔데티후아나와 노티시아스데티후아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 유명 그룹인 '푸에르사 레히다'는 전날 밤 공식 소셜미디어에 오는 6일로 예정됐던 티후아나에서의 행사 취소 사실을 공지하며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매체들은 공연장(칼리엔테 스타디움) 주변에 푸에르사 레히다를 향한 협박성 메시지를 담은 배너가 걸린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해당 배너에는 그룹을 향해 "우리 도시에 발을 들이지 말 것"이라거나 "이번 행사가 그들의 삶과 경력의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 적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또 다른 인기 그룹인 '페소 플루마'가 섬뜩한 경고를 접하고 공연을 취소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페소 플루마 역시 오는 14일 티후아나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었지만, 비슷한 취지의 살해 협박 메시지를 받고 행사 계획을 철회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소행의 배후에 멕시코의 악명 높은 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그룹이 주로 다루는 가사의 내용이 갱단원들의 불만을 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푸에르사 레히다와 페소 플루마는 2020년께부터 미국 남부와 멕시코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코리도스 툼바도스'라는 장르를 이끄는 대표 그룹이다.
코리도스 툼바도스는 멕시코 일부 지역 민요인 코리도스에서 나온 용어로, 마약, 돈, 사치품, 여성 등에 관한 주제를 노랫말에 담는 게 특징이다. 때론 카르텔을 다소 저급하게 표현하거나 비하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폭력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비속어도 수시로 사용하고 있어서, 일각에서는 일부 그룹의 무대를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5월 휴양도시 캉쿤에서는 대중을 상대로 코리도스 툼바도스 및 이와 유사한 장르의 곡을 유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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