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회복한 프랑스…명소 거주민은 "시끄러워 못 살겠네"
에펠탑 인증사진 명당 골목·몽마르트르 지구 등 유명 관광지 '몸살'
쓰레기 투기에 불법 주차, 소음 문제로 주민 민원 줄이어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일주일 내내, 하루 종일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프랑스 파리 7구 에펠탑 근처에서 29년째 사는 건물 관리인 '알마(56·가명)'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평온함'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고 한탄한다.
알마가 사는 위니베르시테 골목이 소셜네트워크 인스타그램에서 에펠탑 사진 명당으로 입소문 나면서 끊임없이 관광객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알마의 집 창문은 1층 도롯가로 나 있어 더 괴롭다.
그는 사람들을 쏟아내는 대형 관광버스를 바라보며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전 세계가 이곳으로 오고 있어 점점 살 데가 못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1일(현지시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리를 찾은 관광객은 1천160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상점 주인들이나 관광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관광지에 사는 주민들은 달갑지 않다.
이곳에서 43년간 살았다는 레옹(가명)은 "코로나19 이후 첫 봉쇄령(2020년 상반기)이 내려졌을 때는 예전처럼 평화롭고 조용해서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관광객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하고 대다수가 마치 여기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평화는 깨졌다.
레옹은 "골목은 좁고 건물은 높아서 시끄럽게 떠드는 관광객 소리나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꼭대기 층까지 울려 퍼진다"고 불평했다.
이곳 주민들은 창문을 열어 집 안을 환기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털어놓는다.
레옹은 "건물 입구는 비를 피하는 대피소가 됐고, 창가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거나 옷을 놔두는 '바'가 됐다. 심지어 사람들이 먹다 남은 음료수와 샌드위치도 그냥 놔두고 간다"며 하루하루가 악몽 같다고 말한다.
또 다른 유명 관광지인 몽마르트르 지구(18구)에 25년째 산다는 레티시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 우리 동네는 고요함을 되찾았었는데, 다시 관광객이 몰려왔다"며 "이곳에서 좋아하는 유일한 시간은 오전 6시에서 10시 사이로, 이후엔 모든 것이 지옥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레티시아 역시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와 소음으로 동네 전체가 몸살을 앓는다고 말한다.
그는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관광객은 쓰레기를 그냥 두고 가고, 이 쓰레기는 쥐를 끌어들인다. 소음도 심해서 사람들이 잠을 자려면 모두 귀마개를 껴야 한다"고 말했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건물 벽면으로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크레미유 거리(7구)의 주민도 고통을 호소한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1년 반 됐다는 사라(가명)는 "관광객들이 계단에 앉아서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거나 심지어 식물에 버리기도 한다"며 "사람들이 지역 주민들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주민들은 이미 2019년 구청에 주말만이라도 외부인 통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구청에선 "이 거리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이 거리는 우리가 통행금지 없이 보호해야 할 공동의 자산"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7구청도 "위니베르시테 골목 내 촬영을 금지하고 길거리에 주차된 관광버스에 벌금을 부과했지만, 그 이상 저희 권한을 벗어난 조치는 할 수 없다"고 난감해했다. 7구청은 파리시에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을 밤에만이라도 폐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몽마르트르 지구 담당인 18구 역시 청소 인력을 늘리고 불법 주차 단속을 강화했다면서, 현재 지역 전체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만드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거주민들은 각자의 '해결책'을 찾아 나서고 있다.
레티시아는 사람이 더 북적대는 주말엔 몽마르트르를 떠나 노르망디 지역을 여행하고 있다.
에펠탑 인근에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레옹은 내년 파리 올림픽이 열릴 무렵엔 이 골목을 떠나겠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전 재산을 바쳐 장만한 파리 아파트를 팔아치울 생각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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