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반부패 운동 10년에도 비리 여전…근절 가능성 의문"

입력 2023-10-01 17:19
"시진핑 반부패 운동 10년에도 비리 여전…근절 가능성 의문"

홍콩매체 "시진핑이 승진시킨 관리들도 부패 조사…반부패 운동 실패 보여주는 것"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하면서 시작한 반부패 운동이 10년 넘게 계속되면서 과연 공산당이 부패를 근절할 효과적인 방책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지적했다.

신문은 "시 주석이 반부패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중국에서 많은 이들이 공산당의 간부 장악력이 너무 느슨하다고 우려할 때였다"며 "초창기에는 전 지도부에서 승진한 여러 호랑이(위법 고위직)와 파리(위법 하위직)가 낙마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시 주석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자 반부패 운동을 통해 정적들을 쳐냈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시 주석이 집권 3기를 열어젖히며 도전받지 않는 권력을 누리고 있음에도 반부패 운동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올해 들어 차관급 이상 최소 36명의 고위 관료가 사정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작년 한 해 부패로 낙마한 고위 관료 수 32명을 이미 넘어선 규모다.

뿐만 아니라 로켓군 지휘부와 리상푸 국방부장 등 이제는 시 주석이 직접 승진시킨 관리들이 조사 대상이 됐다.

이는 중국 지도부 부패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반부패 운동의 실패뿐만 아니라 시 주석의 인사 실패도 노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반부패 사정작업을 총괄 지휘하는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가 부패의 고질적인 특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고 SCMP는 전했다.

기율위 대변인은 지난달 홈페이지에 게시된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반부패 5개년 계획을 설명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부패의 진상을 파헤치지 못했는데 새로운 종류와 색깔의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은 무관용이며 자기 혁명을 통해 부패를 근절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카고대 정치 전문가 다리 양 교수는 SCMP에 기율위 대변인의 인터뷰는 일각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반부패 운동의 고삐를 다소 늦춰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반부패 운동이 계속돼야 한다고 여기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이전 반부패 운동은 시 주석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 더 강했다면 "이번에는 로켓군 등 일부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은폐돼온 부패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기 조달 분야 부패는 중국 군사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이전과 다른 고려를 했을 수 있다고 봤다.

중국 부패 현황을 연구해온 앤드루 웨드먼 미국 조지아주립대 교수는 "시 주석이 지금 끌어내리는 관리들은 그의 사람들"이라며 "시 주석은 10년간 당과 정부, 군 지도부를 재편해왔지만, 여전히 지도부가 10년 전에 그랬듯 오늘날에도 더럽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웨드먼 교수는 중국 지도부가 반부패 운동이 활기를 잃고 대중이 그에 대한 피로를 느끼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기율위 대변인이 새로운 반부패 계획을 소개한 것은 지난 10년간 호랑이 사냥과 파리 때려잡기가 강력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수렁에 빠졌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시 주석이 현재 많은 고위 관리를 발탁한 상황에서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더러운 손을 갖고 있고, 일부는 손을 씻었다 해도 과거 부정이 발목을 잡을까 봐 두려움 속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 주석이 이제는 부패와 관련해 더 이상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같은 자신의 전임자들을 탓할 수 없게 되면서 반부패 운동을 계속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부패와) 싸우지 않으면 그들은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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