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 내 분쟁지역 아르메니아계 주민 80% 이상 떠나(종합)

입력 2023-09-30 05:15
아제르 내 분쟁지역 아르메니아계 주민 80% 이상 떠나(종합)

주유소 폭발 사망 170명…아르메니아 "민간시설 아제르 병력 철수해야" 소송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아제르바이잔에서 30년 넘게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자치세력을 형성해왔던 아르메니아계 주민 80% 이상이 최근 아제르바이잔과 무력 충돌을 겪은 후 터전을 버리고 아르메니아로 급속히 빠져나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정부는 29일(현지시간) 오후 기준으로 아제르바이잔 내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내 아르메니아계 주민 9만7천735명이 자국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주민 전체 12만명 가운데 81.4%에 해당한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이지만 주민은 아르메니아계가 대다수인 지역이다.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1991년 자칭 공화국을 세우고 군대를 운영하며 아제르바이잔과 여러 차례 무력 분쟁을 빚었다.

지난 19일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를 공습하자, 30년 넘게 무력으로 맞서며 지역을 지켜온 자치세력은 사실상 아제르바이잔에 통제권을 뺏겼다.

자치세력은 휴전에 합의한 뒤 무장해제를 조건으로 주민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신변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고 느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대탈출은 이어지고 있다. 무력 충돌 및 휴전 합의 후 10일째를 맞은 이날 오후까지 아르메니아계 주민 12만명 가운데 80% 넘게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떠났다.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피란 과정에서 벌어진 참사였던 주유소 연료탱크 폭발 사고는 인명 피해 규모가 더 늘었다.

지난 26일 나고르노-카라바흐 중심 도시인 스테파나케르트 외곽의 한 주유소에서 연료탱크가 폭발하면서 피란민들을 태운 채 연료를 넣으려던 차들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엔 '수십명 부상'으로 알려졌던 피해 규모는 가파르게 커졌고, 중상자 가운데 사망자가 계속 나왔다.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 관계자는 이날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폭발 사고 사망자가 170명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을 상대로 나고르노-카라바흐 내 민간 시설에서 병력을 철수할 것을 청구하는 소송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기했다.

아르메니아는 유엔이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접근해 이를 감시할 수 있도록 명령해 달라는 것도 청구 사항에 담았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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