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루스 미사일 우크라 제공에 갈팡질팡하던 독일, 결국 '안돼'
숄츠 총리, 의회 승인에 제동…"러와 직접 충돌 우려"
"미 ATACMS 제공 시 타우루스 지원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러시아에 맞설 핵심 무기로 장거리 미사일을 지목하고 서방에 지원을 요청해온 우크라이나에 암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이 서방의 여러 장거리 미사일 중 하나인 자국의 '타우루스'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보낼지 고심을 거듭한 끝에 보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독일이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을 우려해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루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당국자들에 따르면 독일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로 타우루스를 인도하는 것을 승인했으나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에 제동을 걸었다.
타우루스를 정비하고 운용하려면 독일군 지상 요원을 우크라이나로 파견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한다.
타우루스는 사거리가 500㎞에 달하는 장거리 순항 미사일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 및 스칼프 사거리의 약 2배 수준이다.
지하 벙커를 관통하고, 대교를 파괴하고, 500㎞ 떨어진 대형 군함을 침몰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대반격 착수 전부터 독일에 타우루스 지원을 요청해왔고, 이에 독일도 지금까지 보낼지 말지 고심을 거듭해 왔다.
겨우 미사일 지원에 뜻이 맞춰졌는가 했지만 숄츠 총리가 막판에 제동을 건 것이다.
녹색당 의원 안톤 호프라이터는 "(숄츠) 총리는 타우루스 수송 차단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머뭇거림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강화할 뿐이며 전쟁을 연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미국이 타우루스와 유사한 성능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경우 독일도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부 현지 관리들은 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확한 인도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에이태큼스는 사정거리가 300km에 달해 러시아 후방의 지휘소와 탄약고, 보급로 등을 타격할 수 있다.
독일이 타우루스를 지원해도 우크라이나가 이를 실제 활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구소련 시절 전투기가 타우루스를 탑재하려면 개조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타우루스가 실전 배치돼도 러시아를 자극하길 꺼리는 독일이 이 미사일로 크림반도 등 민감한 장소를 타격하는 것을 양해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WSJ은 전했다.
러시아 본토 타격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거리가 조정된 버전의 타우루스가 제공될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관리들은 밝혔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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