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찬반론자들의 '무기 없는 전쟁터' 된 프랑스 공용 자전거
지난 6월 '낙태 반대' 기습 캠페인 이어 이번엔 '낙태 옹호' 스티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파리의 공용 자전거 '벨리브'(Velib)를 매개로 낙태 찬반론자들의 '무기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페미니스트 단체 '우리 모두'(NousToutes) 회원 200여 명은 전날 저녁 파리 시내 공용 자전거 1만여 대에 '아이는 선택이고 낙태는 권리'라는 슬로건의 스티커를 붙였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9월28일)'을 맞아 벌인 게릴라식 캠페인으로, 지난 6월 한 생명권 단체가 벨리브에 낙태 반대 스티커를 기습적으로 붙인 데 대한 '반격'이다.
당시 '생존자들'(Les Survivants)이라는 단체는 '만약 당신이 그를 살렸다면?' 등의 슬로건과 함께 태아가 성장해 소년이 된 뒤 행복한 얼굴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의 스티커를 붙여 논란이 됐다.
'우리 모두' 회원인 멀티(19)는 '생존자들'이 붙인 낙태 반대 스티커를 나흘 동안 떼고 다녔다고 리베라시옹에 말했다.
앙투아네트(24)도 "6월에 낙태 반대론자들의 도발이 있었는데, 이에 복수하고 싶다"며 "벨리브 자전거는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캠페인의) 효과가 있었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앙투아네트는 낙태 반대론자들의 스티커를 자전거에서 떼기가 너무 힘들어 매직펜으로 일일이 지우고 다녔다고 한다.
이들이 스티커를 붙이는 동안 자전거를 빌리려고 기다리던 한 젊은 여성은 "전쟁이군요"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 회원들이 이번 캠페인에 나선 건 하루빨리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명시해달라고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 대법원이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을 본 프랑스 하원과 상원은 낙태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개정안을 각각 통과시켰다.
그러나 하원은 낙태를 '권리'로, 상원은 '자유'로 표현하는 등 개정안 내용이 달라 추가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프랑스에서 헌법을 개정하려면 하원과 상원이 동일한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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