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준다더니'…파키스탄 대홍수 재건자금 약속 미이행
유엔 사무총장 지적…"개도국 기후변화 피해 지원 기금 창설해야"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많은 나라들이 지난해 몬순(우기·6∼9월) 대홍수로 큰 피해가 난 파키스탄에 수십억달러를 재건자금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홍수 발생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키스탄에선 당시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약 1천700명이 숨졌다. 800만명가량은 집을 잃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7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파키스탄 대홍수와 관련돼 열린 특별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 약속은 "기후 정의를 위한 리트머스 시험"이 될 것이라며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부자 나라들이 수십억 달러를 재건자금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약속한 금액) 대부분은 차관 형태로 파키스탄은 아직도 많은 자금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각국이 지원을 약속한 금액은 90억달러(약 12조2천억원)에 달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당시 대홍수로 약 300억달러(약 40조6천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파키스탄에서 당시 집을 잃은 이들은 깨끗한 물에 접근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면서 파키스탄은 지난해 '기후 혼돈'을 부추겼을 것으로 보이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 미만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가열'(global heating)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친 나라들은 글로벌 가열로 인한 피해를 바로잡는데 가장 많이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가열은 기후 변화와 관련해 흔히 쓰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가 심각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의견 등을 감안해 2021년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등재한 용어다.
그는 또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때 처음 상정됐다가 창설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개발도상국을 위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창설을 거듭 주문했다.
이어 파키스탄과 같은 많은 개도국이 상대적으로 적게 탄소를 배출했음에도 기후 변화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열릴 예정인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8) 의제로도 손실과 피해 기금 창설이 올라 있다.
그는 전 세계에 화석 연료 사용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면서 "기후 변화가 이제 각국의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라 리비아에서 아프리카 뿔(대륙 동북부), 중국, 캐나다, 그 외 지역까지 문을 두들겨 부수고 있다"고 비유적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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