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감소 속 수요예측 양극화…등급·업종 차별화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최근 회사채 발행이 감소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수요예측 시장에서는 발행사의 등급과 업종에 따라 성패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발행일자 기준 지난달 회사채 수요 예측은 총 41건, 이에 따른 발행 금액은 3조6천79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달 신용등급이 AA급 이상인 우량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모두 모집 물량 이상의 수요가 몰렸다.
SK(AA+)는 지난달 4일 진행한 목표액 3천억원의 수요예측에서 기관 수요 총 1조4천200억원을 끌어모았다.
특히 1천억원 규모의 3년물 수요예측에만 5천900억원이 몰리면서 경쟁률 5.9대 1을 기록했다. 5년물과 7년물도 각각 4.7대 1, 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10년물은 2.6대 1이었다.
이처럼 모든 만기의 회사채가 목표액 이상의 수요를 끌어들이자 SK는 회사채 발행 규모를 4천1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튿날에는 KT&G(AAA)가 3천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6배 이상 수준인 1조8천100억원의 투자 수요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아울러 미래에셋증권(AA)과 NH투자증권(AA+)이 각각 2천억원, 2천500억원 모집에서 모두 7천700억원씩 주문을 받는 등 대형 증권사들의 수요예측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반면 신용등급이 A급 이하인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업종에 따라 성패가 갈렸다.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사업 분야의 성장성이 기대되는 경우 목표액 이상의 수요가 몰렸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미달 사태를 맞았다.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자 리츠제이알글로벌위탁관리(제이알글로벌리츠·A-)는 800억원 목표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쳐 대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석탄 화력발전 업체인 삼척블루파워(A-) 역시 주력 사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해 가지 못하면서 2천5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240억원의 주문만 받게 됐다.
메가박스 운영사인 콘텐트리중앙(BBB)도 영화관 산업의 회복이 순탄치 못하자 300억원을 목표로 한 1년물 수요예측에서 10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이와 달리 우리금융F&I(A-)는 경기 침체에 따라 부실채권(NPL)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8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4천150억원을 모집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화(A+) 역시 1천2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이차전지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자금 조달 목표가 부각돼 8천50억원의 주문을 받아 흥행했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는 꾸준하지만, 펀더멘털 우려가 내재한 비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는 약한 모습"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우량등급 회사채에 대한 선별적 투자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채 발행 금리와 은행 대출 금리 간 차이가 줄어들면서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줄이는 대신 1년 만기 은행 대출 등 대체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대외 경계감이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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