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주유소는 변신중…물류거점·문화공간으로
주유소 플랫폼 십분 활용…"다양한 서비스 공간으로 확장"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주유소가 차에 기름을 넣던 공간에서 다양한 기능을 겸비한 복합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주유소 수익성이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주유소 플랫폼이 갖춘 이점을 활용한 활로 모색에 한창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SK그룹의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 SK리츠와 함께 직영주유소 부지를 복합 에너지플랫폼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각지에 있는 직영주유소를 주유, 전기차 충전, 연료전지 발전, 세차, 물류 등의 기능을 갖춘 '복합스테이션'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복합스테이션으로 새로 단장할 첫 주유소는 경기 시흥 SK시화산업주유소다. 인허가 절차를 걸쳐 연내 착공이 목표다.
기존 캐노피식 주유소를 철거하고 도심형 물류 시설을 위한 3층 건물을 지어 옥내 주유소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옥상에는 연료전지와 태양광 등 분산 전원 시설을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한 전기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하는 모델도 관련 규제 정비에 맞춰 선보일 계획이다.
SK에너지는 네이버와도 손잡고 주유소를 중소상공인용 도심 물류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내년 초부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이 물류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여러 상품을 모아 공동 집하하는 '더 착한택배' 서비스를 운영한다.
SK에너지와 네이버는 중장기적으로 SK주유소 부지에 도심형 풀필먼트 물류센터(MFC)도 구축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이케아 코리아, 여행짐 서비스 굿럭컴퍼니와 함께 물류 거점인 주유소 픽업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유소 픽업 센터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심지 소형 물류허브 역할을 한다. 2021년 서울 강남구 삼성로 주유소에서 시작한 이후 전국으로 확대 중이다.
이케아 코리아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을 자동으로 주소지에서 가까운 GS칼텍스 주유소 픽업 센터로 매칭, 고객이 차량으로 직접 픽업할 수 있게 했다.
굿럭컴퍼니는 주유소 픽업 센터에 각 지역 배송 매니저가 가져다 놓은 여행 짐을 모아서 공항까지 한 번에 옮겨준다. 불필요한 물류 차량 트래픽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라 기존 주유소를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직영주유소에서 HD현대인프라코어의 미니 굴착기 '디벨론'을 판매한다. 주유소 유휴 공간을 활용한 굴착기 판매는 국내 정유사 중 처음이다.
건설이나 토목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중대형 굴착기와 달리 미니 굴착기는 농가, 과수원, 전원주택 등에서도 활용도가 높아 고객층이 다양하다.
그래서 기존 대리점이 아닌 일반 고객이 방문하는 주유소로 눈을 돌려 미니 굴착기 판매에 나섰다.
인천, 광주, 안성, 충주 등지의 직영주유소에서 현재 미니 굴착기를 전시 및 판매 중이다. 추후 판매 주유소를 17개소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또 HD현대오일뱅크는 넥슨, 피치스와 협업해 서울 용산구 소재 직영 한남동 주유소에 국내 최초 게임 테마 주유소 '파츠 오일뱅크'를 운영한다.
주유 공간이 카트라이더 게임 조형물과 그래피티 아트가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기존 사무 공간은 굿즈샵과 라운지로 새롭게 단장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앞으로도 소형 전기차 판매, 프리미엄 셀프 세차장 등 주유소 플랫폼을 활용한 차별화한 비즈니스를 지속해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ric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