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위기 '진앙' 헝다 회장 구금…모처서 경찰이 감시 중"
일부 전현직 직원은 이미 구금…"헝다, '사법 처리' 새로운 국면 진입"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부동산 위기 상징인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창업자 쉬자인(許家印·64) 회장이 모처에 구금돼 경찰 감시를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찰이 이달 쉬 회장을 연행해 지정된 장소에서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왜 쉬 회장이 소위 '주거지 감시'를 받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주거지 감시가 공식 구금이나 체포에 미치지 못하는 조치로 기소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쉬 회장이 해당 장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허락 없이는 다른 이들과 면접·소통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대 6개월간 여권과 신분증이 경찰에 압수된다고 덧붙였다.
쉬 회장에 앞서 헝다의 다른 전현직 직원들도 당국에 구금됐다.
광둥성 선전시 공안국은 지난 16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헝다금융재부관리(恒大財富·에버그란데 웰스)의 일부 직원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 매체 차이신은 25일 헝다의 전직 간부 몇 명이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가 형사 사법 제도와 관계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나타낸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아울러 이는 최근 헝다의 구조조정 계획이 차질을 빚으며 금융 시장이 요동을 친 후 이 회사의 운명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1996년 광둥성 광저우에서 헝다를 설립한 쉬 회장은 한때 중국에서 가장 정계 인맥이 좋은 인물로 여겨지며 전기차에서부터 생수, 축구 부문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가난한 나무꾼의 아들인 쉬 회장은 30년 넘게 공산당원으로 활동하며 막대한 차입 경영을 통해 부동산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키며 한때 아시아 2위 부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제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동산 분야 투기 단속에서 가장 유명한 희생자가 됐다.
쉬 회장 재산은 2017년 420억달러(약 57조원)에서 현재 약 18억달러(약 2조4천억원)로 쪼그라들었고, 헝다 총부채는 2조3천900억위안(약 442조원)에 달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쉬 회장은 중국 정책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 2008년부터 참여했으며 2013년부터는 정협 전국위원회 상무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렸으나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지난해에는 연례 회의에도 초대받지 못했고, 올해에는 정협 위원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2017년 주가가 치솟으며 최대 호황을 누렸던 헝다는 중국 당국이 부동산 업계 돈줄 죄기에 나선 후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중 가장 먼저 2021년 12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이후 회생 작업을 벌였지만 지난 22일에는 예상보다 악화한 부동산 판매 실적 때문에 22∼23일 열 예정이던 주요 해외 채권자 회의를 취소하고 구조조정 계획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공시했다.
또 24일에는 역내 자회사인 헝다부동산그룹이 정보 공개 의무 위반과 관련한 혐의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조사를 받고 있어 새 채권을 발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헝다의 운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홍콩 증시에서 헝다 주가가 1홍콩달러(약 17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동전주'가 된 가운데 헝다가 파산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과 회생 가능성을 보고 지금 바닥을 친 주식을 사야 한다는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는 것이다.
팔로워 81만명을 거느린 경제 인플루언서 저우쓰는 전날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헝다가 부채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쉬자인 휘장의 유일한 끝은 파산"이라고 썼다.
팔로워 63만명의 샤오헤이예즈징은 25일 "헝다 주식을 사고 싶다면 부디 조심하라"며 "조금 사는 건 괜찮으나 많이 사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케이위안 캐피탈의 브룩 실버스 이사는 "대규모 구조조정은 종종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우가 많으며 아직 시간이 많다"는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헝다의 위기가 부실 경영과 무분별한 확장 탓이라며 쉬 회장이 개인 자산을 털어 빚을 갚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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