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제 개혁 요구' 태국 저명 활동가, 왕실모독죄로 4년형
2020년 민주화시위 이끌어…연설서 국왕 역할 공개토론 촉구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군주제 개혁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태국의 저명한 활동가가 왕실모독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7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태국 형사법원은 2020년 민주화 시위에서 군주제 관련 발언을 한 아르논 남빠(39)에게 왕실모독죄 위반으로 전날 4년 형을 선고했다.
변호사이자 활동가인 아르논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2020년 거세게 일었던 태국의 민주화 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당시 그는 집회 연설에서 국왕의 역할에 대한 공개 토론과 군주제 개혁을 촉구했다.
국왕이 신성시되는 태국에서 금기를 깬 그의 연설은 화제를 모았다.
그가 왕실모독죄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14건이며, 이번 판결이 첫 번째여서 형량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아르논은 판결을 앞두고 "대의를 위한 개인적인 희생에 후회는 없다"며 "국민들이 태국을 더 진보적인 국가로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왕실모독죄로 불리는 태국 형법 112조는 왕과 왕비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등의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젊은 층의 지지를 받던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이 2020년 2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 해산되면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대는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헌법 개정은 물론 왕실모독죄 폐지 등 군주제 개혁을 요구했다.
태국 정부는 2018년부터 2년여간 왕실모독죄를 적용하지 않았으나, 대규모 시위에 다시 엄격한 처벌에 나섰다.
인권단체인 '인권을 위한 태국 변호사들'(TLHR)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왕실모독죄로 최소 253명이 기소됐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주요 정당 중 유일하게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을 내건 전진당(MFP)이 제1당에 올랐지만 보수 세력 정당들과 상원의 반대로 집권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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