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체육계 비리 만연 이유는…"국제대회·부동산 붐이 주도"

입력 2023-09-27 12:37
中체육계 비리 만연 이유는…"국제대회·부동산 붐이 주도"

축구 등 여러 종목 수장 줄줄이 부패 혐의 조사

"중앙집권 권력구조 속 관리 부재"…"경제둔화로 비리도 줄듯"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축구계를 중심으로 한 중국 체육계의 부패가 잇달아 드러나는 가운데 지난 20년간 중국의 대형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와 부동산 붐이 이러한 부패 확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가 주도의 강력한 중앙 집권적 엘리트 스포츠 양성 시스템에서 선수 선발을 좌지우지하는 이들에게 뇌물이 몰렸고,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 관련 인허가를 맡은 지방 정부에 잘 보이려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현지 축구팀에 투자하면서 비리가 발생했다는 진단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중국의 국가 주도 체육 시스템은 국제 대회에서의 영광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부패와 풀뿌리 스포츠 참여를 무시해 비판받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체육계 여러 분야 수장이 부패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사정작업을 총괄 지휘하는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는 체육 부문을 총괄 관리·감독하는 국가체육총국 두자오차이 부국장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패럴림픽 대표단의 니후이중 단장을 비롯해 동계 스포츠, 육상, 조정, 농구 등 여러 종목 관리 위원회의 전현직 수장들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특히 축구계 비리가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리톄 전 국가대표 감독이 비리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전날에는 천쉬위안 전 축구협회 회장이 기소됐다.

지난 4월에는 리위이 전 축구협회 부주석과 중국 슈퍼리그를 주관하는 중차오롄 유한공사의 마청취안 전 회장이 기율위의 조사 대상이 됐다.

이는 앞서 2014년 중국 체육계를 휩쓸었던 사정 바람과 유사한 패턴이라고 SCMP는 짚었다.

중국 체육계에 관한 여러 책을 쓴 로버트 한은 이러한 비리의 반복은 중국 체육 체계의 강력한 권력 구조와 효율적인 규제의 부족, 관리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SCMP에 "부패란 권력의 감시와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체육계 권력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결과는 또다시 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체육계의 뿌리 깊은 비리는 2014년 사정 작업을 지휘했던 기율위의 반부패 감찰팀장 격 고위인사마저 3년 뒤 뇌물 수수 혐의로 적발된 사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기율위 중앙순시조의 장화웨이 전 조장은 2019년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중앙순시조는 기율위의 산하 조직으로 중국 전역에서 기동 감찰활동을 벌이는 조직이다.

국가체육총국을 정점으로 한 중국 스포츠 관리 시스템은 국제 대회에서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여러 올림픽 종목에서 중국은 강국이 됐다.

그러나 메달에만 집중하면서 풀뿌리 스포츠 참여를 등한시하고 자원 배분에서 투명성 결여, 정실주의와 부패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SCMP는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가체육총국이 지난 10년간 일부 종목에 '시장 지향적 시스템 개혁'을 도입했고 그에 따라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종목이 축구라고 설명했다.

관리의 투명성 개선을 위해 국가체육총국 축구위원회가 없어지는 대신 독립법인으로 설립된 중국축구협회가 2017년 외부에서 감사하는 연간 재무보고서 발간을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축구계에 투자가 밀려들면서 그 정도로는 부패를 잡지 못했다고 로버트 한은 지적했다.

여기에다 드러난 비리 사건들에서 볼 수 있듯, 지방 체육 관리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가 주로 관할 지역 내 선수들의 주요 국제 대회 출전과 성적에 달린 탓에 선수 선발권이 있는 국가대표팀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고 SCMP는 짚었다.

지난 20년간 중국이 잇달아 주요 국제 대회를 유치한 것도 체육계 비리의 파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의 스포츠 연구소 연구원 이븐 청은 중국이 2001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 동계올림픽 폐막식까지 정치적, 경제적, 전략적 목적으로 두 대회에 엄청난 투자를 쏟아부으면서 체육계가 활황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러한 정치적 임무가 완수됐다"며 "이제는 누가 가져서는 안 될 것을 취했는지를 점검하고 반부패 운동을 통해 이를 청산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중국 경제의 둔화로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스포츠 붐이 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 축구에서 거품 시대는 사실 부동산이 주도한 붐에 편승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지방 축구팀들에 투자한 것은 이를 통해 현지 부동산 관련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리들과 관계를 맺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이제는 그런 투자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외 다른 분야에서는 그처럼 지방 관리들과 강한 유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기에 축구에 대한 투자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더 이상 황금 거품 시대가 없다면 부패는 줄어들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반부패 관리 체계와 규정을 점검하고 개선할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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