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대형부동산업체 보유주택 몰수·공유화 주민투표 재추진
2년전 주민투표 가결 후 시정부 교체되며 시행 난항…이번엔 법제화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베를린에서 대형 부동산회사의 보유주택 20만여채를 몰수해 공유하는 방안을 현실화하기 위한 주민투표가 재추진된다.
'도이체 보넨 등 몰수' 시민행동은 2년 전 주민투표 가결에도 베를린시 정부가 시행에 나서지 않아 이번에는 이 방안을 법제화해 주민투표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도이체 보넨 등 몰수' 시민행동은 26일(현지시간) 베를린 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를린시 정부가 시행을 늦추는 것을 막기 위해 대형 부동산회사 보유주택 몰수 법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행동 소속 베자 클루테-시몬은 dpa통신 등에 "호소의 시간, 정치적 지연의 시간은 끝났다"면서 "베를린시 정부가 예고한 몰수 총괄 법규는 순수한 시간 끌기 전략"이라고 말했다.
시민행동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법제화와 주민투표 재추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클루테-시몬은 "우리의 목표액은 10만유로(약 1억4천만원)"라면서 "이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라고 말했다.
시민행동은 법제화를 통해 추가적 월세 인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루테-시몬은 "더는 이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지기 때문에 월세는 즉각 하향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몰수된 부동산회사의 보유 물량은 공공기관으로 이전될 것이며, 주민들은 이 공공기관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민투표가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정이다.
시민 행동 소속 아힘 린데만은 "안정적인 몰수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일 것"이라며 "약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그 이후에는 가능한 최단 시일 내에 주민투표를 재실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년에 치러지는 연방하원·베를린 시의회 선거와 주민투표를 다시 동시에 진행할지는 진행 상황을 보고 결정한다는 게 시민행동의 방침이다.
린데만은 "시의회나 연방하원과 별개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해도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베를린시민의 80%는 월세를 내고 사는데, 월세난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2년 전에는 주택 3천 채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회사의 보유주택을 몰수해 공유화하는 방안에 대해 베를린 주민 57.6%가 찬성표를 던져, 주민투표가 가결된 바 있다.
이후 베를린시 연립정부가 구성한 전문가위원회는 대형 부동산회사의 보유주택 몰수 방안의 시행이 가능하다는 검토보고서를 내놨다. 하지만, 이후 사상 초유의 재선거를 거쳐 집권한 새 연립정부는 우선 몰수 총괄법을 마련해 헌법재판소의 검토를 받은 뒤 2년 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집권 기독민주당(CDU)은 대형 부동산회사의 보유주택 몰수 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베를린의 임대주택 150만 채 중 주택 3천 채 이상을 보유한 10여 개 민간 부동산회사가 보유 중인 주택은 24만채 가량으로 전체 베를린 시내 임대주택의 15%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사이 시민행동이 이름을 따온 대형 부동산회사 도이체 보넨은 또 다른 대형사 보노비아에 인수됐다.
대형 부동산회사의 보유주택 몰수 후 공유 방안은 독일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15조에 근거한다.
독일 기본법 15조는 "토지와 천연자원, 생산수단은 사회화(공유화)를 위한 손해배상의 방식과 규모를 정하는 법률을 통해 공유재산이나 공유경제의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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