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베르사체 수장, 멜로니 정부 反성소수자 정책 비판

입력 2023-09-26 18:56
명품 베르사체 수장, 멜로니 정부 反성소수자 정책 비판

"개인이 원하는 대로 살 권리 빼앗아…자유 위해 싸워야"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의 수장 도나텔라 베르사체(68)가 최근 이탈리아에서 성소수자들의 권리가 후퇴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베르사체는 지난 24일 밤(현지시간)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에 열린 '이탈리아 국립패션협회(CNMI) 지속 가능한 패션 어워드 2023'에서 형평성과 포용성을 위한 인도주의상을 받았다.

베르사체는 수상 소감을 통해 "이탈리아에서는 소수의 목소리를 옹호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우리 정부는 개인이 원하는 대로 살 권리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열정적으로 말했다.

1978년 잔니 베르사체가 창업한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는 메두사의 머리를 브랜드 상징으로 할 만큼 화려하고 대담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잔니 베르사체가 1997년 사망한 이후 여동생인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그룹 부회장이자 수석 디자이너를 겸하고 있다.

베르사체는 고인이 된 오빠 잔니가 과거 자신에게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일을 떠올리며 "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난 오빠를 사랑했고, 오빠가 누구를 사랑하든 상관하지 않았다"며 "오빠의 사랑과 격려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중시하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지난해 10월 집권한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

지난 3월 정부는 밀라노시에 동성애자 커플의 자동적인 부부 등록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대도시로는 유일하게 전통적인 아버지·어머니 호칭 대신 부모 1·부모 2로 명시할 수 있는 정책으로 동성애자 커플의 공동 친권을 인정했으나 정부가 이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정부는 이후 6월에는 대리모를 통한 해외 출산을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해 인권 단체와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탈리아 패션계의 대모인 베르사체는 "이탈리아에서 동성 커플의 자녀는 자녀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트랜스젠더(성전환자)는 여전히 끔찍한 폭력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참석한 이탈리아 좌파 정치인이자 성소수자 옹호자인 알레산드로 찬을 언급하며 "여러분의 목소리는 우리 세상에서 매우 중요하며, 난 여러분이 싸우는 모든 것을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퀴어(성소수자)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으며 "매우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베르사체는 "내 친구들과 내 팀은 인종, 종교, 나이, 성별, 성적 지향이 아니라 창의성, 개방성, 기쁨, 친절에 의해 정의된다"며 "우리가 모두 서로를 더 수용하고 더 이해한다면 얼마나 놀라운 세상이 될까요"라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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